예뻐서 '핫플'된 도서관, 비밀은 책장 다리에 있었구나
[은평시민신문 정민구]
서울 은평구 도서관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은평에는 새로운 도서관 3곳이 생겨나고 1곳이 생활형 SOC사업으로 리모델링 될 예정에 있다.
공공도서관은 지역주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행정 서비스 중 하나로 새로운 도서관이 집 주변에 생겨난다는 것은 항상 기대감을 갖게 만들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생겨나는 도서관은 장애∙연령∙성별 차이 없이 모두가 이용하기 편리해야 하고 지역 특색을 살려 진부한 느낌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은평시민신문>은 기획취재를 통해 특색을 갖춘 다양한 도서관을 방문해 사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신문이 두 번째로 방문한 도서관은 2020년에 새로 생겨난 경기 하남시 미사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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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줄... '전국 최초' 인증 도서관, 화장실부터 다르네 http://omn.kr/1zxx3
▲ 하남 미사도서관 항공 촬영 모습. (사진: 유지민 기자) |
ⓒ 은평시민신문 |
미사도서관은 BF(Barrier Free: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아 아동, 노인, 장애인까지 모두가 이용하기 좋았을 뿐만 아니라 쾌적한 도서관 환경은 오랫동안 머물러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미사도서관에 발을 들였을 때 첫 느낌은 자연스러운 개방감이었다. 앞뒤로 트인 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은 도서관 안과 밖이 크게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 개방감을 보였다.
실내로 들어와 독서와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이 꽉 막힌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는데 오랫동안 공간에 머물러도 답답하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1층에서 3층까지는 위, 아래로 공간이 트여있는 구조였는데 높은 천장이 주는 개방감은 도서관에 머물러있는 동안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BF인증을 받은 도서관 답게 자료실과 자료실, 층과 층 사이를 오갈 때 어떤 장벽과 불편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화장실도 층마다 장애인을 배려한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었고, 유모차를 실내에 가져와도 실내에 주차를 시킬 수 있는 공간, 부모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전동휠체어도 탑승하기 편안한 여유있는 엘리베이터 등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미사도서관은 밖으로 나와 머리를 식히며 산책을 하기도 좋은 위치 조건이었다. 도서관은 미사한강공원과 미사호수공원을 잇는 공원에 위치해 있었는데 넓은 규모의 공원은 언제든 나가서 산책을 즐기기에도 충분했다.
공원을 산책을 하며 미사도서관의 외관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정면에서 도서관을 바라보면 마치 큰 극장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건물 주변을 돌다보면 도서관이 네모 반듯하게 지어진 게 아니라 다양한 변형을 준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정형화된 건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듯 했다. 독서가 정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건물도 네모 반듯하게 직각으로 지어지면 독서가 더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을 줄수가 있는데 미사도서관은 여기서 탈피할 수 있었다.
건물 외관에는 곡선으로 물결치는 양식이 건물 한 면을 휘감고 있었는데 이는 도서관이 위치한 하남시 미사동의 지명유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미사동의 미사는 '미사리'에 어원을 두고 있다. 미사리는 원래 한강에 있는 섬이었는데 이 섬은 고운 모래가 쌓여 형성된 섬이었다. 모래가 물결치는 것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었는데 미사도서관의 외관은 마치 굽이치는 한강의 물결을 표현해두기도 했다. 단순히 건축상 외관을 곡선 형태로 형성한 것이 아닌 지명 유래를 도서관 건축에 담아 지역을 담은 도서관의 면모를 보여주는 듯 했다.
지역을 담아내는 미사도서관
▲ 하남 미사도서관 메이커스페이스 교육 현장 모습. (사진: 하남 미사도서관) |
ⓒ 은평시민신문 |
미사도서관의 비전은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미래를 읽는 도서관'이다. 도서관 역할에 더해 평생학습과 지역 아카이빙 기능까지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으로 여겨져 자칫 딱딱한 공간으로 여겨질 수 있는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지역과도 밀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전에 담긴 의지는 도서관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가장 먼저 미사도서관은 열람실 없는 도서관이라는 점이다. 열람실은 개별 공부를 위해 칸막이가 생겨나고, 칸막이가 생겨나면 조용해야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막힌 공간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반면 미사도서관에서는 열람실을 만들지 않아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어떤 공간이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공간을 조성했다. 이 같은 공간 구성은 도서관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이 성장하는 곳'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듯 했다.
도서관에 메이커스페이스 공간을 마련한 것도 흥미로운 점이었다. 도서관은 독서하며 지식을 습득하거나 성찰하는 공간이지 무언가 '생산'하는 곳이라는 것은 떠올리기 어렵다. 하지만 미사도서관은 홈, 인테리어, 수공예, 예술 등 창작 활동 공간을 만들어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도서관에서는 올해 재봉틀로 생활소품을 만든다거나, 향수, VR제작, 3D디자인, 아트토이 등을 제작하는 강좌를 진행해오고 있다.
도서관 3층에는 영상제작, 편집, 구술채록이 가능한 아카이빙룸이 조성돼 있다. 조혜련 미사도서관 팀장은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영상 제작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나 아카이빙룸을 통해 시민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사도서관이 하남시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서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 중 또 다른 하나는 지역을 담아낸다는 점이다. 직접 사업을 실시해 지역을 담아내며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괄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도서관내에 지역기록물을 담아내는 향토자료실이 있었지만 현재는 흩어지고 사라져가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하남시 일가도서관으로 자료들이 이전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역을 기록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었는데 방문한 날에도 도서관 한켠에는 '인물의 서재'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서재의 주인공은 하남시 시명을 제정한 송곡 구자관 선생이었다. 그는 광주시 서부면장, 초대 동부읍장을 지냈는데 1989년 시 승격 당시 광주시 동부읍장으로서 하남시 명칭 확정에 기여한 바가 있다. 이에 도서관에서는 그를 기리기 위한 전시로 구자관 선생의 서재에 있는 도서 1063종의 1124권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었다.
조혜련 팀장은 "역사가 오래된 지역이 아니다보니 인물 한 명 한 명이 소중하다. 전시를 통해 하남시 역사속 중요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을 도서관이 직접하고 있는데 책을 소재로 전시를 하다보니 주민들도 관심을 갖고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이 나서서 지역을 기록하는 일로는 호국 영웅 및 가족 구술 채록 사업이다. 하남시에 거주하는 6.25 참전용사, 월남 참전용사, 독립유공자 후손 등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원던 그들의 이야기를 사진, 영상, 책자로 기록한 작업이다. 조혜련 팀장은 "정말로 어려운 작업이기도 했지만 지역에서는 꼭 필요하고 소중한 작업이었다."며 "다음 세대를 위해 기록으로 남기고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미사도서관 공간이 시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하고 복합문화시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점에는 미사도서관 건립자문단의 공이 컸다. 자문단에는 실내건축학과, 문헌정보학과, 한국도서관협회, 엔지니어링 기술사 등 도서관 건립을 위한 전문가들이 포진했는데 도서관 곳곳에 자문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고 도서관 관계자는 밝혔다.
조혜련 팀장은 "설계 변경해야 하는 점이 있으면 공무원이나 설계사에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설계사를 데리고 자문위원들을 찾아갔다"며 "자문위원들이 주는 자문에 따라서 설게를 변경했고 자문위원들도 말하는 대로 변화가 생기다보니 흥미를 느끼시면서 원래 해주셔야 하는 자문보다 더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조 팀장은 "시민들이 보기에 별거 아닐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책장이다. 통상 도서관의 책장은 다리가 없이 바닥까지 내려간 책장을 사용하는데 미사도서관의 책장은 다리가 있는 책장을 사용하도록 자문위에서 의견을 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에는 책장이 많아야 하기 때문에 어떤 책장을 선택하느냐가 도서관의 분위기를 좌우할 수 있다. 밑에 공간이 트여있는 책장은 공간의 답답함을 줄여주기도 하고 맨 밑에 꼽혀 있는 책을 무리 없이 꺼내기에도 좋다. 조 팀장은 "시민들은 아마 의식하지 못할 수 있지만 다리가 있는 책장을 선택한 건 도서관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할 수 있었던 포인트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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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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