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홍콩·위구르..대만 간 펠로시, 시진핑 아픈 곳만 찌른다
지난 2일 밤 대만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대만에서의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펠로시 의장의 일정은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길 것으로만 채워져 있다.
자유시보·중앙통신사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아침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는 주대만미국협회(AIT)에서 직원들과 조찬 모임을 갖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대만의 정부·의회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이어갔다. 그는 오전 9시(현지시간, 한국시간은 오전 10시) 대만 의회인 입법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은 “미국의 대만 지지는 초당적”이라며 “우리는 대만을 친선 방문한 것이며 지역의 평화를 위해 왔다”고 차이치창(蔡其昌) 입법원 부원장에게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오전 11시 37분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난 뒤 면담 및 오찬을 했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과 미국 간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외국인에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대만의 가장 굳건한 친구"라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지지를 보여주며 대만을 방문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펠로시 의장은 "43년전 체결한 대만 관계법에 기초해 미국과 대만이 번영 및 협력의 관계를 맺었다"며 "대만에 대한 약속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후 연설에서 "우리 대표단은, 대만과의 약속을 버리지 않을 것을 명백하고 분명히 하기 위해 대만에 왔다"며 "대만과 세계 다른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여전히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劉德音) 회장도 만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펠로시 의장이 이 자리에서 최근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반도체 칩과 과학 법’ 및 TSMC가 미국에 짓는 반도체 공장 관련 사안을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칩과 과학 법’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로 미국에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TSMC가 대표적인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TSMC는 지난 2020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5조7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내년 말쯤 준공될 이 공장에선 첨단산업 토대가 되는 5㎚(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 공정 제품이 생산될 예정이다.
WP는 “TSMC는 애리조나주 공장의 설비 확대를 검토해 왔는데, 미국 반도체법 통과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며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이 관련 내용을 상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과 류 회장의 만남은 미국 경제와 안보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큰 비중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펠로시 의장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홍콩 출신 중국 민주화 인사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자유시보는 펠로시 의장이 오후 2시쯤 타이베이 징메이인권문화원구를 방문해 신장위구르 자치구 출신 우얼카이시(吾爾開希)와 홍콩 출신 람윙키(林榮基·린룽지)를 만난다고 보도했다. 우얼카이시는 1989년 중국 천안문 민주화 시위 당시 베이징사범대 학생으로 학생 운동을 주도했다. 람윙키는 홍콩 퉁뤄완 서점 점장이던 지난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에 납치돼 구금됐다 풀려났다. 두 사람 모두 현재 대만에 거주 중이다.
이 같은 오후 일정은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은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조치를 강화하는 등 중국 반도체 산업의 고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TSMC는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해 만드는 ‘칩4 동맹’의 핵심 플레이어다. 미국 등 서방은 중국이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것을 두고 민주화 탄압이라고 비판해왔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선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과 다른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노동착취·집단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펠로시 의장은 오후 5시(한국시간 오후 6시)쯤 타이베이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방문지는 한국이다. 비행시간을 고려하면 펠로시 의장은 한국시간 8시 20분쯤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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