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바꿔 검사해도 몰라" 질병청만 모르는 해외여행자 대리검사

박순옥 2022. 8.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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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여전히 입국전후 코로나검사로 여행객 불편 호소.. 해외 가이드들, 대리검사 사례 증언

[박순옥, 조정훈 기자]

 사진은 7월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출국 소속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부부가 성별을 바꿔 (코로나19) 검사를 해도 통과된다. 그런 대리검사 사례는 정말 많다."

베트남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는 A씨의 말이다.

<오마이뉴스>는 앞서 대구의 어린이 연주단이 한국 입국을 앞두고 이탈리아 현지에서 코로나19 대리검사를 받은 의혹을 보도했다. 관련 제보자는 '이탈리아에서는 여권으로 검사접수를 한 다음 실제 검체 채취를 다른 장소에서 하는 경우가 많고 검사 때 다시 신분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대리검사가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귀국 때 대리검사까지" 악몽이 된 이탈리아행 어린이 연주단 활동 http://omn.kr/2005n)

한국인이라면 '정말 가능할까'라고 반문할 일이지만, 최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베트남 등에서는 대리검사가 가능하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의 의견이다. 검사 접수처와 실제 검사를 받는 곳이 분리돼 있는 검사소가 많기 때문이다.

여권 검사도 안하는 프랑스... 대리검사 맘만 먹으면 가능

베트남 가이드 A씨는 "현지 병원에서 여권으로 검사를 신청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검사하는 게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서 검사한다. 때문에 중간에 사람이 바뀌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둘이 있는데 한 명이 양성이 나왔다. 그러면 다른 병원에 가서 이름을 바꿔 추가 검사를 신청하고 대신 검사를 받으면 둘 다 음성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부부가 바꿔서 검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외국인은 한국 사람 이름을 들었을 때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른다. 때문에 부부가 대리로 검사를 받아도 꼼꼼히 체크하지 않으면 패스된다"고 했다.

프랑스 여행 가이드 B씨는 "지금 프랑스는 여권 확인 없이도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개인이 알아서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확인용 바코드가 나오고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프랑스 현지에서 여권 없이도 검사를 받았다는 블로그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B씨는 "이제 프랑스에서 웬만한 사람들은 코로나 검사를 할 일이 없다. 때문에 신분증 확인도 하지 않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꼭 필요한 사람만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기 때문에 본인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페인 여행 가이드 C씨는 "스페인은 대부분 접수한 그 자리에서 검사를 받는다. 때문에 대리검사가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접수하는 곳과 검사하는 곳이 떨어져 있을 때는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라고 했다.

C씨는 "패키지 여행객들은 다 같이 와서 다 같이 들어가야 한다. 한두 명이라도 못 돌아가면 일이 복잡해지니까, 농담 삼아 다른 사람 콧구멍이라도 찔러야 한다는 말도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대리검사는 검역법에 따라 1년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대리검사를 막거나 적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는 음성이 잘 나오는 병원 정보가 공유되거나 음성이 나올 때까지 여러 검사소를 전전하는 사례도 있다. 가이드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모른 척한다. 대구 어린이 연주단 관련 제보자는 "가이드도 '저는 못 본 척할게요'라고 하는 정도였다"며 "대리검사를 적극 제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돈 쓰고 시간 쓰고... 한국만 여전히 입국전후 검사

여행업계 등에서는 꾸준히 입국전 검사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위드 코로나' 추세에 맞지 않을 뿐더러 금전적·비금전적 피해만 낳을 뿐 방역효과는 미비하다는 것이다.

입국 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최소 7일 이상 더 체류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항공료와 숙박비 등이 든다. 비행기 탑승 전 코로나19 검사로 하루를 보냈다는 등 피로를 호소하는 글 또한 쉽게 볼 수 있다. 미국 150~200달러(20만~27만 원), 이탈리아 60유로(약 8만 원) 등 만만치 않은 검사 비용도 여행자 부담이다. 여행 외에도 상당한 비용을 해외 현지에서 지출하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은 해외 여행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입국 전후 모두 요구한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이중 검사로 여길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4개국은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를 모두 없앴고, 일본은 입국 전 검사만 요구하고 있다. 

베트남 가이드 A씨는 "한국에 들어가면 1일 이내에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행자 입장에서는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로 여겨진다"면서 "누구나 대리검사 유혹에 빠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스페인 가이드 C씨도 "요즘 스페인에서 한국 들어가는 편도 항공료를 급하게 알아보면, 기본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이상이다. 패키지 여행 8박10일에 180만 원 내고 온 분들에게는 도저히 수긍이 안 가는 금액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기에다 음성이 나올 때까지 현지 체류 비용까지 본인 부담이기 때문에 타격이 크다고들 많이 말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 공인 가이드는 "현재 한국의 입국전후 코로나 검사는 해외에서 자국민을 당혹하게 만들고 많은 금전적 피해를 양산시키고 있다"며 "가이드를 비롯한 여행업계는 이같은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리검사 포함 음성위변조 고발 35명 불과
질병청 "입국전후 검사 계속 유지... 미국도 입국규제 있다"

반면 질병관리청은 <오마이뉴스>에 "BA5 등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세계적 유행에 따라 입국 전·후 검사는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7월 해외유입 확진자는 9084명으로 6월 대비(2415명) 2배 이상 증가했다"라며 "미국·캐나다·싱가포르 등도 예방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외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등 입국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에 따르면 대리검사 포함 음성확인서 위변조의심으로 고발진행 중인 사람은 약 35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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