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도 떠났네" 해외투자 1천억달러 시대 종료..테슬라·애플 '굿바이'

이선애 2022. 8. 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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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뿐만 아니라 '서학개미'도 투자에 발을 빼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초로 외화증권 보관금액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열었던 '해외투자 1000억달러 시대'도 저물었다.

특히 월 기준으로 2020년 5월 5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해외투자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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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증권 보관금액 지난해 말보다 ↓
해외투자 1000억달러 시대 종료
지난달 미국 주식, 순매도로 전환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동학개미' 뿐만 아니라 '서학개미'도 투자에 발을 빼고 있다. 세계 금융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한파'를 겪으며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이 지난해 말보다 쪼그라들었다. 외화주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주식 보관 규모가 줄어든 여파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초로 외화증권 보관금액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열었던 '해외투자 1000억달러 시대'도 저물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의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931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005억9000만달러와 비교하면 74억600만달러(7.4%)이 줄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말 677억7800만달러에서 올해 7월 말 621억600만달러로 56억7200만달러 감소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외화증권 결제(매수+매도)금액도 줄었다. 예탁원을 통한 결제금액은 7월 말 기준 2058억5000만달러로 지난해 하반기 2295억1000만달러보다 236억6000만달러 줄었다.

이는 서학개미가 미국 시장에 등을 돌린 탓이다. 지난달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을 367만5000억달러가량 내던졌다. 월간 기준으로 순매도를 기록한 것은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5월까지 계속 순매수 행진을 지속했다. 규모는 매달 16억~30억달러가량이다. 그러다 6월 4억758만달러로 순매수가 급감했고 지난달 순매도로 돌아섰다. 미국 증시가 반등하자마자 차익 실현에 나선 후 오히려 투자에서 손을 뗀 것이다. 순매도 1위, 2위 종목은 그동안 서학개미의 순매수 종목으로 사랑을 받았던 테슬라와 애플이다. 서학개미는 7월 한달동안 테슬라(1억8484만달러), 애플(2665만달러), 쿠팡(1985만달러), 아마존(1632만달러) 순으로 내다 팔았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내 대표 성장주들이 올해 20~30% 급락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추세로라면 연말 서학개미의 외화증권 보관금액 성장세는 꺾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년간 보관금액은 꾸준한 성장세를 자랑했다. 2020년 상반기 498억6000만달러, 2020년 하반기 722억2000만달러, 2021년 상반기 889억2000만달러, 2021년 하반기 1005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특히 월 기준으로 2020년 5월 500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면서 '해외투자 1000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12월에도 1000억달러를 유지했다.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면서 지루한 횡보장을 연출하자,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보관잔액이 급증한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 주식 시장도 침체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에 외면을 받고 있다. 경기 침체 등 각종 대내외 환경이 불안한 만큼 신중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온다. 예탁결제원은 "포스트 코로나 상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금리인상 등 투자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외화증권 투자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외화증권 매매·결제 시 국가간 시차, 해외시장의 정보 비대칭, 급작스런 현지 이슈 발생 등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에 신속한 대응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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