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준의 여행만리]오롯이 섬과 나만의 시간..낙원이 따로 없네

조용준 여행전문 2022. 8.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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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낙월도-관광객 손 타지 않은 섬, 호젓한 여름휴가 안성맞춤
명사십리 부럽지 않은 장벌해변은 디귿자 해변으로 알려져있다. 하낙월도 둘레길에서 바라본 장벌해변이 한적하다.
진월교에서 바라본 일몰
장벌해변 정자 쉼터에서 본 바다
큰갈마골해변 쪽에서 진월교 가는 둘레길
상낙월도 재계미해변 위쪽 둘레길
영광 향화도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여객선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코로나19도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나, 유명한 휴가지로 떠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예 집에서 방콕으로 휴가를 보내긴 아쉬움이 남는다면 섬으로의 여정을 생각해보는것은 어떨까요.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유명한 섬이 아니라 한적한 섬여행 말입니다. 답은 간단합니다. 조금 더 먼 곳이나 조금 덜 알려진 곳으로 가면 됩니다. 수도권에서 오래 걸려 도착한 섬일수록, 이름이 낯설수록 한갓지게 쉴 확률이 높습니다. 대신 이동하는 시간과 수고, 얼마간 편의를 내주면 원하는 섬 여행이 가능합니다. 영광 낙월도가 꼭 그런 섬입니다. 관광객의 손이 타지 않은 섬입니다. 동네에는 그 흔한 마트나 식당 한 곳 없습니다. 하지만 다채로운 매력을 품고 있는 섬입니다. 신비로움 가득한 낙월도에서 섬의 묘미를 만끽 해 보길 바랍니다.

낙월도는 전남 영광군 서쪽에 있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로 나뉘며 진월교가 두 섬을 잇는다. 관광객의 손이 타지 않은 섬으로, 피서지의 번잡함을 피하고 싶은 이라면 낙월도를 낙원도라 읽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낙월도에는 마트나 매점이 없다. 상낙월도선착장 대기실에 자판기 한 대가 전부다. 식당도 없다. 민박에 예약하면 집밥을 맛볼 수 있다. 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찬은 아니어도 정갈한 식사다. 민박도 한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러니 어지간한 간식거리는 미리 챙기자. 이쯤 되면 흔한 관광의 섬이 아님을 짐작할 테다. 먼바다 풍경을 보며 섬 둘레를 따라 아슬랑대는 것뿐이지만, 그때 얻는 여행의 기쁨은 도시 생활을 벗어나야 누리는 희열이다.

낙월도둘레길은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를 잇는다. 면사무소와 보건소 등 공공시설이 모여 있는 상낙월도가 큰 마을이고, 민가가 옹기종기한 하낙월도는 작은 마을이다.

상낙월도와 하낙월도를 각각 2시간으로 셈해 4시간 정도면 한 바퀴 돈다. 둘레길에 제주올레 같은 특별한 표식은 없다. 대체로 외길이라 길 잃을 염려는 없다. 의자나 정자 등을 자주 만나 원하는 만큼 걷다가 쉬면된다. 그러니 섬에 굳이 차를 가지고 들어갈 이유도 없다.

둘레길 가운데 한 곳만 택한다면 자연 풍광은 하낙월도가 조금 낫다. 보통 진월교 지나 오른쪽으로 돈다. 곧장 외양마지 입구 전망 쉼터가 나오고 서쪽 바다와 북쪽 상낙월도, 동쪽 영광군 내륙이 보인다. 조금 더 걸으면 하늘을 가린 그윽한 대숲이다. 곧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당너매언덕, 오른쪽은 해안으로 이어진다. 당너매언덕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지만, 팔각정전망대에 서면 장대한 풍경이 단숨에 땀을 씻어준다. 이때 남쪽은 수평선 끝까지 트인 바다가 아니라, 섬에 둘러싸인 바다로 낙월도의 절경을 만든다.

장벌해변은 낙월도둘레길의 백미다. 둘레길에서 절벽 아래로 내려다볼 때 마음은 어느새 해변을 향해 달린다. 섬 안쪽으로 ㄷ자를 그리는 아담한 해변은 명사십리가 부럽지 않다. 정자 쉼터에 가만히 앉아 바다만 바라봐도 마음이 편안하다.

둘레길 완주보다 아슬랑거리는 게 목적이라면 상낙월도가 좋다. 색색 그물이 길을 가득 채우고 볕을 쬔다. 그물에선 새우 짠 내가 살살 코끝을 간질인다. 낙월도는 한때 젓새우로 명성이 자자해 작은 목포로 불렸다. 마을 앞길이 곧장 바다와 접하는데, 눈앞에 신안군 지도와 임자도 등이 바다 위 능선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에는 그 사이로 난 임자대교까지 보인다. 물때에 따라서 앞바다 펄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상낙월도둘레길이 밋밋하진 않다. 길가의 나무가 연출한 초록 터널, 둘레길까지 올라온 붉은발말똥게 등이 반긴다. 짧게 맛보길 원할 때는 땅재(고개) 너머 큰갈마골해변(상낙월해수욕장)까지 다녀온다. 주택가에서 떨어져 프라이빗 비치나 다름없다. 여름 해변이 이토록 차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물에 발을 담그지 않고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할 정도다. 낙월도는 묵석(墨石)이 유명한데, 해변의 기암괴석 역시 못지않은 볼거리다.

묵어갈 수 있다면 진월교에서 하루의 끝을 마주할 일이다. 섬을 가로지르는 해는 낙월도 동쪽 영광군 내륙까지 길게 물들인다. 시간이 맞으면 해가 진방향으로 바통을 이어 달이 지는 그윽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낙월도(落月島)는 순우리말로 진달이섬이다. 영광 법성포에서 낙월도로 달이 지는데, 그때 낙월도가 바다에 걸친 달처럼 보인다. 나당 연합군에 쫓기던 백제 왕족이 달이 지자 낙월도로 피신해 정착했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쫓길 일 없는 한적한 섬의 시간, 일몰과 월몰은 낙월도의 정취를 간직한 또 다른 낙원 풍경이다.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낙월도 가는 여객선은 영광 향화도선착장에서 하루 세 차례(07:30, 10:30, 15:00) 운항하며, 약 1시간 10분 걸린다. 출항 시각이 정해졌으나 물때에 따라 달라지니, 출발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볼거리=향화도선착장 앞에 높이 111m 칠산타워가 있다. 굴비의 비늘과 파도, 바람, 태양을 형상화한 타워다. 칠산대교부터 무안군과 신안군의 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백수해안도로는 백수읍 길용리에서 백암리까지 약 16.8km 구간이다. 영광9경 가운데 1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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