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 무장한 MZ세대?..'사회적 가치'에는 진심

윤슬기 2022. 8. 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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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중시하는 탓..'이기적인 MZ세대' 비판
하지만 미래 위한 '지속가능한 삶'에 관심 높아
다른 세대보다 환경·생명 감수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가치소비를 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 20대 직장인 A씨는 항상 가방 속에 휴대용 장바구니와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일상 속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이다. A씨는 "퇴근 후에 장을 보고 오면 검정색 비닐봉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고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며 "손바닥 만한 크기이고 무게감이 거의 없어서 부담도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텀블러 가지고 다닌 지는 더 오래됐다"며 "회사에서는 주로 커피를 사 마시는데, 퇴근할 때 보면 일회용 컵이 2~3개 쌓여있을 때도 있었다. 죄책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A씨는 "텀블러가 환경에 오히려 안 좋다는 얘기가 있지만, 일부러 산 게 아니라 집에 있던 걸 쓰는 것"이라며 "어쨌든 눈 앞의 쓰레기가 줄어드는 게 보이니까 텀블러 이용이 필수가 됐다"고 했다.

통상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제품이나 가치관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을 너무 강조해, 직장 상사와 갈등을 빚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의 주관과 개성이 강한 만큼 이들의 취향·선호도, 삶의 방식이나 소비도 선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 등 자신의 가치관을 소비에 투영해,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칫 이기주의로 보일 수 있는 MZ세대들의 모습 속 '가치 소비'에는 진심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MZ의 현황과 특징'에서도 이전 세대보다 개인의 취향과 선호를 중시하는 등 이전 세대와는 다른 소비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능숙하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 비율 및 이용시간이 베이비부머·X세대 보다 높았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적극 표현하는 데 익숙하다. 새로운 기술과 정치·경제·문화적 변화에 민감하고,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브랜드 충성도가 비교적 낮다.

세계 환경의 날인 6월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달빛광장에서 쓰레기를 청소하는 '줍깅으로 감탄해'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MZ세대가 합리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자신의 편익에만 몰두한 나머지 일각에서는 개인주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모든 세대가 섞이는 회사에선 조직보다 개인의 만족감을 더 중시하는 MZ세대의 모습이 두드러지면서 이기적이라는 부정적 시각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이 이기적이라는 편견과는 달리 인간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환경·생명 감수성은 다른 세대보다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SNS 등을 통해 환경 문제와 접촉면이 넓어지면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각종 통계로도 MZ세대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알바천국이 '지구의 날'을 기념해 MZ세대 2154명을 대상으로 환경 보호 관련 조사를 실시한 결과, 84.1%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70%는 이미 일상 속에서 환경 보호를 실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비싸더라도 윤리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MZ세대 380명을 대상으로 'MZ세대가 바라보는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는 착한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30대 직장인 윤모씨는 "비싸더라도 자연방사 유정란을 사먹는다"며 "20구에 1만5000원정도 하는데, 건강 이유도 있지만 적어도 닭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자라진 않을 것 같아 구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화장품이나 옷을 살 때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더 선호하는데 리사이클링 제품에 먼저 손이 간다"며 "정말 친환경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보다는 나을 거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MZ세대만의 소비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동시에 이들이 주력 소비층으로 부상하다 보니 유통업계는 이들의 취향을 고려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 활동에 가치관이나 신념을 담는 '미닝아웃'을 겨냥해 친환경 제품이나 동물학대 등 윤리적 문제가 없는 제품을 출시하는 등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청년들의 취향을 고려해 마케팅은 물론 제품 제작 단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 "(MZ세대는) 단순히 돈을 지불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소비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고민하고 있으므로 업계에서도 이런 소비 트렌드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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