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위로받자고 이래요?"..학부모 손 잡던 박순애 머쓱

배재성, 조수진 2022. 8. 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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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초등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정책에 대해 반발 여론이 커지자 간담회를 열어 학부모 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한 학부모 참석자가 정부의 학제개편안을 비판하며 눈물을 보이자 박 장관이 손을 잡으며 위로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제개편안 관련 학부모단체간담회에서 학부모가 발언 중 눈물을 흘리자 달래고 있다. 연합뉴스


박 부총리는 2일 오후 4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책임교육 강화를 위한 학부모 간담회’를 열고 학부모 단체 대표들과 만나 입학연령 하향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간담회는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만5세 초등입학 추진’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공식 의견수렴 자리다. 학제개편안 발표 후 학부모 단체와 유·초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구성되는 등 반발 여론이 확산하자 박 부총리가 우선 학부모들 설득에 나선 것이다.

실제 이날 간담회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교육학부모회) 등 범국민연대 소속을 포함한 학부모 단체 대표 7명이 참석해 취학연령 하향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참석한 대표들은 만5세 유아들이 초등교육을 받기엔 발달상 한계가 분명하고, 앞당겨진 입학에 따라 조기 사교육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아이들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교육을 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박 장관이 그의 팔을 붙잡고 휴지를 건네자 “장관님, 제가 위로 받으려고하는게아니다” 라고 말했다.

박순애(오른쪽) 교육부 장관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논란을 둘러싸고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의 손을 잡고 있다. 사진 방송화면 캡처


두 자녀 모두 학제개편 대상자라고 밝힌 정 공동대표는 “어떤 보완책을 내놓아도 영유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대책은 아이들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 학제개편안을 들었을 때 이 시대에 두 번째 자녀를 출산하는 부모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정 대표는 눈물을 닦으며 “입시경쟁 완화 등 지금 산적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가교육책임을 아무리 말해도 부모들은 체감되지 않아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이 정책을 철회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박 부총리는 “정책은 수정되고 변경되고 전환될 수 있다”며 “이달 혹은 내달 설문조사를 진행할 거고, 정부가 할 일은 정책이 가진 본질에 대한 정부를 국민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 뒤 “송구스럽다”며 정 대표에게 위로를 건넸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학부모단체 대표들도 우려를 쏟아냈다.

홍민정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지금도 ‘초등입학 전 한글 떼셨습니까’ 식의 사교육 시장 유혹이 있는데, (학제개편안 발표 후) 사교육에서 마케팅 방안을 주도면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며 “학부모가 이런 걱정 하지 않을 장치 없이 만5세로 (입학연령을) 내려 학부모의 불안을 국가가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영유아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까지 국가가 다 품어서 조금 나은 방식을 주고 싶다는 선한 의지였는데, 만들어지는 과정이 학부모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점을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송성남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만5세의 발달상 한계를 지적하며 “학제개편을 이거 말고, 대학생들 방학이 긴데 이걸 3년으로 줄이거나 중·고등학교를 합쳐 5년으로 줄일 수도 있는데 갑자기 입학을 만5세로 줄인 점이 의문”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과거보다 학생들의 발달이 빨라진 점을 언급하며 “6학년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는 것은 차라리 어떤가 싶다”고 제안했다.

학부모 대표들 의견을 들은 박 부총리는 향후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속도 조절 의지를 보였다.

박 부총리는 “이날 논의는 입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신속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구축된 정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정책추진 과정에서 학부모, 학생,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정책 실행주체인 교육청과도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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