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권력 3위 펠로시 대만 방문.. 중국 '무력시위' 예고
[윤현 기자]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 AP |
미국 권력 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은 2일 오후 10시 45분께(현지시각) 전용기를 타고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미 현직 하원의장이 대만 땅을 밟은 것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 이후 25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과 미국의 연대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까지 대만을 방문했던 여러 의회 대표단 중 하나이며, 미국의 오랜 대만 정책과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대만 외교부도 성명을 통해 "펠로시 의장 대표단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바위처럼 단단한 지지를 보여주며 대만-미국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펠로시 의장이 도착한 공항에는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이 마중을 나왔고, 공항과 호텔 인근에는 펠로시 의장을 환영하기 위한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타이베이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숙박하는 펠로시 의장은 3일 오전 대만 입법원(의회)을 방문해 여야 지도부를 만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한다. 이후 인권박물관 방문,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만난 후 오후 4~5시께 출국할 예정이다.
▲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워싱턴포스트> 기고문 갈무리. |
ⓒ 워싱턴포스트 |
펠로시 의장은 미국에서도 대표적인 '반중' 인사다. 초선 의원 시절인 1991년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톈안먼 민주화 운동 현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치고 추모 성명을 낭독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공안에 구금된 바 있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티베트 독립 운동을 이끈 달라이 라마를 만나고,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해왔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에 공개한 '내가 의회 대표단을 대만으로 이끈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중국 시진핑 정권을 공격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이번 대만 방문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상호 안보와 경제적 파트너십, 민주적 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춘 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대만과의 긴장을 극적으로 격화했다"라며 "중국은 대만 방공구역 인근이나 심지어 그 위에서 폭격기와 전투기, 정찰 항공기 순찰을 강화하고 사이버 공격을 개시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와 동시에 중국은 대만을 경제적으로 쥐어짜고, 글로벌 기업들에 대만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압박하며, 대만과 협력하는 국가를 위협하고 중국에서의 여행을 제한하기도 한다"라고 적었다.
펠로시 의장은 "우리의 방문은 대만관계법과 미·중 공동 코뮈니케, 6대 보장에 따라 지켜져 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미국은 현상에 대한 일방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 주석이 권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라며 "중국은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고, 티베트와 신장에서도 소수민족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민주주의에 대한 약속을 기리고, 대만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고 밝혔다.
중국, 대만 포위한 군사훈련 예고... "주권·영토 수호"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도착에 맞춰 성명을 내고 "중국의 강력하고 엄숙한 반대를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한 것에 대한 모든 후과는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이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한 부분"이라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적 정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은 양대 강대국으로서 상호 존중, 평화 공존, 대립 회피, 상생 협력을 통해서만 서로 잘 지낼 수 있다"라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다른 어떤 나라도 대만 문제를 결정할 권리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 중국 <신화통신>이 공지한 중국 인만해방군 군사 훈련 구역 |
ⓒ 신화통신 |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대만 인근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며 "안전을 위해 이 기간에 선박과 항공기는 해역과 공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밝혔다. 이 매체가 공개한 훈련 구역은 대만을 둘러싸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는 별도의 성명에서 "미국은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대만 해협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라며 "중국 인민해방군은 일련의 표적성 군사 행동으로 반격해 외부의 간섭과 대만 독립 시도를 저지하고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만 국방부는 성명에서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 군사 훈련을 예고함으로써 대만 주요 항구와 도시를 위협하고 있다"라며 "그러나 이는 대만 시민들을 심리적으로 위협하려는 목적이며, 대만군이 경계수위를 강화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받아쳤다.
미국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미 NBC 방송에 출연해 "중국이 이번 사태를 불필요하게 키우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라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인한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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