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80%가 무슨 소용? 저소득 청년은 사다리가 없다"

심나영 2022. 8. 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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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에게 주택 소재 지역이나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LTV를 80%까지 풀어주겠다"는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했지만 여론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연봉자들은 DSR규제에 막혀 대출가능금액이 크게 늘지 않고, 고연봉자들은 대출가능금액 상한선을 정해놔서 LTV 80% 완화 정책은 결국 생색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소수의 고소득 맞벌이 부부 정도만 내 집 마련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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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80% 완화 정책에도 여론은 시큰둥
DSR 규제 탓에 저연봉 청년은 LTV 완화 혜택 없어
장래소득 반영하면 고연봉자와 대출가능금액 격차 더 벌어져
"소수의 맞벌이 고소득 부부만 내 집 마련 기회 잡을 것"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과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여파로 심화하고 있다.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적어 매매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80%로 풀어준다고 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로 묶어 놨는데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이건 고연봉자인데 LTV 때문에 대출 못 받았던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지, 저연봉자한테는 아무 소용 없어요"

(포털 사이트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

윤석열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에게 주택 소재 지역이나 주택 가격에 상관없이 LTV를 80%까지 풀어주겠다"는 대선 후보 시절 공약을 이행했지만 여론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주택 매수 심리가 지하를 뚫고 내려간 와중에 집을 사겠다고 마음 먹더라도, 저연봉자라면 '인 서울(in seoul) 내 집 마련'은 여전히 딴 세상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무주택 저소득 청년들이 타고 올라갈만한 '자산 형성 사다리'는 부서진 채 방치돼 있다.

고연봉 청년들만 대출가능금액 늘어나

3일 한 시중은행이 29세 청년을 연봉 수준별(3000만·5000만·7000만원)로 나눠 서울 내 투기지구 9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연 금리 4.30%로)받는 경우를 시뮬레이션 한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LTV 80% 완화'를 적용시 연봉 수준별 대출가능금액은 ▲2억200만원(연봉 3000만원) ▲3억3600만원(연봉 5000만원) ▲4억7100만원(연봉 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총 대출금액 1억원이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의 40% 이하로 제한한 'DSR 40%' 룰 탓에, 저연봉자가 LTV 완화 혜택을 체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생애 최초의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선 LTV 50∼60%가 적용됐다. 이게 80%로 늘어나면서 고연봉자들은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늘어났지만, 저연봉자들은 LTV 완화 전이나 후나 대출가능금액은 그대로다.

또 금융당국이 청년층에게 장래예상소득을 반영해주기로 하면서, 저연봉자와 고연봉자의 간 대출가능금액의 차이가 더 벌어졌다. 'LTV 80% 완화'와 '장래예상소득'을 동시에 적용할 때 대출가능금액은 ▲2억6500만원(연봉 3000만원) ▲4억4200만원(연봉 5000만원) ▲6억원(연봉 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집값 급등에 따른 부담과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여파로 심화하고 있다.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됐지만,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적어 매매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장래소득까지 반영하면 양측 격차 더 벌어져

'LTV 80%'만 적용했을 때 연봉 3000만원과 7000만원 간 차이(2억6900만원)보다 '장래예상소득' 반영 효과까지 더해지면 양측 격차(3억3500억원)가 훨씬 커지게 된 셈이다. 서울에 사는 저소득 청년들은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남의 집 살이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연봉자가 겪는 나름의 고충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LTV를 80% 완화시켜주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묶어놨다. DSR 40%에 따라 대출가능금액을 매기면 6억원이 넘는 고소득자라도, 최대 6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연봉 7000만원 청년의 경우 'LTV 80% 규제 완화'와 '장래예상소득'을 함께 반영하면 원래 6억1900만원까지 은행에서 빌릴 수 있었지만, 대출가능금액이 6억원에서 끊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연봉자들은 DSR규제에 막혀 대출가능금액이 크게 늘지 않고, 고연봉자들은 대출가능금액 상한선을 정해놔서 LTV 80% 완화 정책은 결국 생색내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소수의 고소득 맞벌이 부부 정도만 내 집 마련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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