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초 주택 80%까지 대출? 매월 '289만원' 갚아야

김진욱 2022. 8. 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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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 6억원 내에서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시중 금리가 치솟아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경우 월 289만원씩 원리금을 갚아야 해서다.

시중은행에서 연 금리 5%에 만기 40년 조건으로 6억원을 빌릴 경우 월 상환액은 289만원이다.

연 소득이 9000만원가량은 돼야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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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시내 시중은행 영업점 외벽에 붙은 대출 안내문. 연합뉴스

이달부터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는 경우 6억원 내에서 집값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시중 금리가 치솟아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경우 월 289만원씩 원리금을 갚아야 해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탓에 연봉 90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아니라면 이마저도 빌릴 수 없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소재지나 집값에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적용받는다. 애초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제공하는 LTV 규제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는 상한 50%, 수도권 일부 등 조정대상지역은 60%였다. 기존 대상에서 제외됐던 연 소득 1억원 이상 고소득자도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업 감독 규정 등을 고친 결과다.

대출 한도는 기존 4억원에서 6억원까지 늘어났다. 자기 자본 1억5000만원만 있으면 서울 시내 7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 규제대로라면 대출을 3억7500만원(7억5000만원×50%)까지밖에 받을 수 없어 3억7500만원을 직접 마련했어야 했다.

다만 모두가 이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 우선 원리금 상환 부담이 만만찮다. 시중은행에서 연 금리 5%에 만기 40년 조건으로 6억원을 빌릴 경우 월 상환액은 289만원이다. 480회차(40년) 동안 이자만 총 7억8873만원을 갚아야 한다. 배(원금)보다 배꼽(이자)가 더 크다. 시중 금리가 치솟은 여파다. 지난해 8월 말 2.62~4.19%였던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4.44~5.63%까지 올랐다.

DSR 규제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달 시행된 DSR 규제 3단계에 따라 총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연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의 40%(비은행권 대출은 50%)를 넘겨서는 안 된다. 6억원을 빌리면 연 원리금 상환액이 3500만원에 육박한다. 연 소득이 9000만원가량은 돼야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연 금리·만기 조건이라면 연봉 3000만원 직장인은 2억5000만원을 빌리기도 어렵다.

빚 상환 부담이 급증함에 따라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으로 감소했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1~5월 첫 집을 마련한 사람 수는 월평균 3만8749명이다. 이 수치가 4만명 밑으로 내려간 것은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처음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상태라 대출 한도를 늘리는 금융 지원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현재 한국 사회의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양질의 공공 분양 주택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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