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움직이는 의자

2022. 8. 3.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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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원에는 그늘 깊은 좋은 숲이 있다.

이렇듯 좋은 숲과 길과 의자는 좋은 공원의 기본이다.

지난봄 서울 목동 파리공원을 재개장하면서 다양한 의자를 설치하고 또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읽어 조정했다.

파리공원 곳곳에 야심차게 도입한 이동식 테이블과 1인용 의자는 무척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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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좋은 공원에는 그늘 깊은 좋은 숲이 있다. 좋은 숲에는 걷기 편하고 안전한 좋은 길이 있고, 좋은 길에는 적절한 위치마다 좋은 방향으로 앉아 쉴 수 있는 좋은 의자가 있다. 이렇듯 좋은 숲과 길과 의자는 좋은 공원의 기본이다.

지난봄 서울 목동 파리공원을 재개장하면서 다양한 의자를 설치하고 또 그 반응을 실시간으로 읽어 조정했다. 부족한 수량을 추가하고, 적절한 형태로 바꾸고, 적정한 위치로 옮겼다. 설계자는 갖기 어려운 운영자의 특권이다. 파리공원 곳곳에 야심차게 도입한 이동식 테이블과 1인용 의자는 무척 만족도가 높았다. 햇볕을 피하거나 사람 수에 맞추어 필요에 따라 움직이는 의자는 이용자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함으로써 도시민의 자존감을 높인다.

움직이는 의자의 원조는 프랑스 파리시 공원의 상징물이라 할 1인용 녹색의자다. 등받이가 기울어진 것과 바로 세워진 2가지 형태인데, 1923년 뤽상부르공원을 관리하던 프랑스 상원이 프랑스 가구 제작회사 페르몹을 통해 강철 재질의 ‘세나의자’를 제작했고, 2003년 파리시는 다시 페르몹사에 의뢰해 기존 의자를 가벼운 알루미늄 재질로 새로 디자인하면서 ‘뤽상부르’라 이름 붙였다. 미국 뉴욕시 브라이언트공원도 1992년 재개장하면서 페르몹사의 접이식 녹색 비스트로의자를 도입해 찬사를 받으며 이동식 의자 역사를 이어갔다. 햇볕과 그늘을 찾거나 고독과 대화를 찾아 이용자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의자는 훼손과 도난의 우려를 이겨내며 공공공간의 상징물이 됐다.

한강 선유도공원이 개장하며 도입한 이동식 등의자와 파리공원의 이동식 테이블 세트 정도뿐, 관리에 대한 우려로 인해 공원 내 움직이는 의자는 아직 미완이다. 100년 전 민간업자로부터 공공성을 되찾아 온 파리의 세나의자처럼, 기후 위기와 자원순환 등 작금의 과제를 관통하는 공원브랜드로서 움직이는 의자를 고대한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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