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반발 속 대만 찾은 美펠로시 "민주주의 수호..시진핑, 인권·법치 무시"

뉴욕=조슬기나 2022. 8. 3.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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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대만 방문을 강행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2일(현지시간) 민주주의를 위협 받고 있는 대만과 함께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밤 대만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도착한 직후 성명을 통해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는 자신의 대만 방문이 미국의 민주주의 수호 차원임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도 "중국 공산당의 가속하는 공격에 직면한 미 의회 대표단의 방문은 미국이 민주 파트너인 대만과 함께한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의회 대표단을 대만으로 이끄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를 통해 "이번 방문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 상호 안보와 경제적 파트너십, 민주적 거버넌스에 초점을 둔 태평양 지역 순방의 일환"이라며 "대만 파트너들과의 논의는 대만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의 발전을 포함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서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미 국방부는 중국군이 대만을 무력 통일하고자 비상사태를 준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을 지었다"면서 현재 대만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이 연일 대만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는가하면, 대만과 협력하는 글로벌 기업과 국가들도 위협하고 있다는 게 펠로시 의장의 지적이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은 이번 방문이 대만관계법,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 수출 감축 등을 둘러싼 양국 간 합의인 미중 3대 공동성명, 대만의 실질적 주권을 인정하는 6대 보장에 의해 지속돼온 '하나의 중국' 정책에 모순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인 시도를 계속 반대한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기록과 법치에 대한 무시는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도 "중국이 일국양제 약속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고 비난했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미 하원의원 대표단이 탑승한 C-40C 수송기는 이날 밤 10시44분께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면담 및 오찬을 가진다. 이후 입법원(의회)과 인권박물관을 방문하고 중국 반체제 인사와 면담한 후 오후 4~5시께 출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하원 의장이 대만을 찾은 것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이후 25년 만이다.

35년차 하원의원인 펠로시 의장은 미 정치권 내에서도 ‘가장 일관적인 대중국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과거 1991년 하원의원 신분으로 베이징을 찾았을 당시 텐안먼 광장에서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에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고 추모 성명을 낭독했던 사건으로 익히 유명하다. 1997년에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해 민주당 동료 의원 주최 만찬에 참석하자, 행사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올림픽 유치 등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가 하면, 위구르족 등 중국 인권 문제에도 꾸준히 비판 발언을 이어왔다. 또한 티베트의 영적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교류하고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조슈아 웡을 만나 지지를 표해 왔다. 중국 정부로선 대표적인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는 인물인 셈이다.

대만 총통실은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문을 통해 대만-미국 파트너십을 심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환영했다. 대만 외교부 또한 "펠로시 의장의 방문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바위처럼 단단한 지지를 보여주며 대만-미국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즉각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직후 중국중앙(CC)TV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후과는 반드시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책임져야 한다"면서 "미국은 대만으로 중국을 제압하려고 시도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끊임없이 왜곡하며 대만과의 공식 왕래를 강화해 대만 독립·분열 활동을 뒷받침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불장난으로, 불장난하는 사람은 반드시 불타 죽는다"고 주장했다.

전방위적 무력시위도 공언했다. 대만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스이 대변인은 2일 밤부터 대만 북부·서남·동남부 해역과 공역에서 연합 해상·공중훈련, 대만 해협에서 장거리 화력 실탄 사격을 각각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만 동부 해역에서 상용 화력을 조직해 시험 사격에 나선다.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중국 인민해방군은 일련의 표적성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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