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넘버3' 펠로시 대만 도착…미·중 전투기 동시에 떴다

신경진, 김지선 2022. 8. 3.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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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 “대만에 믿음 심고, 中 ‘종이호랑이’ 만들어”
중국 외교부, 주중 대사 한밤 초치 강력항의
2일 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탄 미 해군 전용기가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사진 싼리TV 캡처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2일 오후 10시 44분(한국시간 11시 44분)쯤 타이베이 쑹산(松山) 공항에 도착했다.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하원의장이 중국 방문에 이어 대만을 찾은 뒤 25년 만의 '미국 권력 서열 넘버 3'의 대만 방문이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과 샌드라 오드커크 미국재대만협회(AIT) 대표가 공항에서 펠로시 의장을 영접했다.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6명의 하원의원 대표단을 태운 미 해군 C-40C 전용기는 이날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이륙한지 약 7시간 만에 대만에 도착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분쟁 중인 남중국해 항로를 피해 필리핀 열도를 우회하면서 일반 항로보다 3시간 정도 더 소요됐다.

미·중 전투기가 동시에 기동하는 긴박한 상황도 벌어졌다. 전용기 착륙 20여분 전 중국 관영 앙시(央視)신문은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 쑤(SU)-35 전투기가 대만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NHK가 오후 8시경 오키나와 미군기지에서 F-15 전투기 8대와 5대의 공중급유기가 이륙해 남쪽으로 향했다고 보도한 것과 종합하면, 펠로시 전용기를 사이에 두고 미·중 양국 전투기가 원거리 대치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펠로시 의장 도착 15분 뒤엔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실탄 사격 훈련도 예고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구역의 위도 및 경도를 소개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이 4일 12시부터 7일 12시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며 “안전을 위해 이 기간 관련 선박과 항공기는 상술한 해역과 공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환영하는 인파가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펠로시 도착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에 엄정한 교섭과 강력히 항의한다”며 “불 장난하는 자는 불에 타버릴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대만문제에서 신의를 저버리고 남을 멸시한다면 미국의 국가 신용을 더욱 파탄나게 할 것”이라며 “미국은 현재 평화의 최대 파괴자”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펠로시 의장은 공항 직후 낸 성명에서 "미 의회 대표단의 대만 방문은 대만의 힘찬 민주주의를 지원하려는 미국의 확고한 약속에 따른 것"이라며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만은 펠로시 의장을 맞아 로우키로 짧은 방문을 준비했지만 최종적으로 꽉찬 일정에다 언론 공개 방문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회견한 뒤 오찬을 함께 한다. 회담에는 국가안전회의(NSC) 비서장, 국방부장, 국가안전국장 등 안보 장관들이 모두 배석한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대만 자유시보는 펠로시 의장이 징메이인권문화원구를 방문해 1989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우얼카이시,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에 납치돼 구금됐다 풀려난 홍콩 퉁뤄완 서점 점장 출신 린룽지를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사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도착 직후 발표한 중국군 실사격 훈련 해역 지도. 신화사


중국의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2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화춘잉 대변인이 “적당한 시간에 미국 대사를 초치하겠다”고 예고한 데 이어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를 심야에 초치했다. 셰펑 부부장은 이 자리에서 "펠로시가 온 세상이 비난할 일을 저지르고 고의로 불장난을 도발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3대 중·미 공동성명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비판했다고 관영 통신 신화사가 3일 보도했다.

셰 부부장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중국의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을 엄중히 해쳤으며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측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며 결연히 반격할 것이다. 우리는 한다면 한다. 불장난을 하면 반드시 불에 타 죽는다"고 경고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조지 인 하버드 페어뱅크센터 연구원은 “이번 펠로시 방문은 대만을 지지하는 미국의 결심을 보여줘, 대만 국민의 미국에 대한 믿음을 강화하고, 한편으로는 중국을 ‘종이호랑이’로 만드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고 대만 연합보가 보도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에 ‘미국의 진실성’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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