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2030 남성 생각은? "경제 현안보다 야당과 싸움에 몰두" "권위적 모습" [김성탁 논설위원이 간다]

김성탁 2022. 8. 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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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논설위원

0.73%포인트 차로 승부가 갈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2030 남성의 표를 많이 얻었다. 지상파 방송3사 출구 조사 결과 20대 남성은 윤 후보에게 58.7%, 이재명 후보에게 36.3%의 지지를 보냈다. 30대 남성에서도 윤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이 52.8%로, 이 후보(42.6%)를 앞섰다. 2030 남성표가 승부를 가른 요인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 취임 후 80여 일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6~2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 긍정평가는 20대에서 20%, 30대는 17%에 그쳤다. 전체 국정 지지율 28%보다 젊은 세대의 평가가 더 낮다. 이 연령대 남성의 민심이 이탈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원인이 뭘까.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역 주변 거리를 젊은이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성탁 기자

“부동산 문제나 연금 개혁처럼 20대와 밀접하고 시급한 현안이 많잖아요. 20대가 윤석열 정부에 기대한 건 실력 있는 국정 운영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임 후 정쟁만 난무하고 현안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입니다. 솔직히 윤 대통령은 이전 정부의 반사이익을 본 건데, 그때와 차별이 안 되고 기대치에 모자라니 지지율이 빠지는 게 당연하죠.”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주말이던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한모(24·서울 성동구)씨는 대선 때 윤 대통령을 찍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29·서울 서대문구)씨도 “윤 대통령을 뽑은 이유가 문재인 정부가 20대를 소외시켰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문제, 역차별, 청년 일자리 등의 문제가 있었잖아요. 그런데 윤 대통령도 막상 정권을 잡으니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기대가 사라졌습니다.”

지난 1일 낮 서울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박모(23)씨 역시 “대선 때 막판까지 고민하다 민주당이 싫어 윤 대통령을 찍었다”며 “정치를 처음 해서 그런지 취임 후 미숙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며 “코로나 확산 세가 심해졌는데 특별한 대책이 없고,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에도 크게 뭘 하는 느낌이 안 든다”고 했다.

「 대선서 50%이상 윤 대통령 지지…최근엔 20대 20%, 30대 17% 지지

"부동산·연금 개혁 등 현안 논의 실종, 전 정부와 다를 바 없어 실망"

"밀어붙이는 윤 대통령 태도, 민주적이지 않아…여론 수렴,소통해야"

인사 논란 "내로남불" "어느 정부나" 엇갈려…이준석과 갈등도 한몫

가정을 꾸리고 있는 30대 남성의 비판 강도는 더 높았다. 신촌 백화점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강모(38·건축업)씨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정권 초기라 성과가 당장 나오는 건 아니지만, 이렇다저렇다 할 정책이나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이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안 하면서 생뚱맞게 만 5세부터 초등학교에 보내자고 하더라”며 “우리 애가 5살이라 혼자 등하교를 못 하는데, 맞벌이하는 엄마 아빠가 근무하다 학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라는 거냐”고 반문했다.


전 정부와 싸움보다 비전을


현 정부가 국정 운영 비전을 선보이지 못했다거나 민생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왔다고 지적한 이들 중에는 이전 정부와의 비교 우위를 주장하고, 정치적 이슈에 몰입하는 듯한 태도를 문제 삼는 이들이 꽤 있었다.

취업 준비 중이라는 김모(26·서울 성북구)씨는 “대선 때 윤 후보를 밀었는데 무슨 논란이 일면 이전 정권과 비교하며 더 낫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더라”며 “시급한 경제 현안보다 탈북 어민 북송 사건 등 정치적 목적이 있어 보이는 사건에 매몰돼 있는 태도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대선 때 윤 후보를 찍었다는 대학생 김모(24·경기 과천시)씨는 “매일 야당과 정치 싸움을 하려는 것 같다"며 “민주당 정권이 잘못했기 때문에 보수 정권이 들어선 건데, 지금 우리 상황이 과거 얘기하고 있을 때냐”고 반문했다. 신촌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6)씨도 “조사나 수사는 필요하면 할 수 있고, 이런 조치를 했다거나 결과를 발표하면 될 일”이라며 “물가나 대출 이자도 올라 부담이니 다른 일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일 서울 홍대입구역 주변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공연을 보고 있다. 김성탁 기자

서울 홍대입구역 주변에는 지난 1일 방학을 맞아 젊은이들의 발길이 몰렸다. 저녁 무렵이 되자 퇴근 후 연트럴파크 인근 식당가를 찾은 젊은 직장인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주점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던 회사원 김모(32)씨는 “나랏일이라는 게 성과를 보이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그런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소통 문제를 거론했다.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민주적이라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게 느껴졌어요. 도어스테핑에서도 말을 막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통령이라면 격식을 지켜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아쉬운 거죠.”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일선 경찰의 반발을 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연합뉴스

함께 있던 지모씨(34)도 비슷한 말을 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에만 있었으니 의사소통 스타일이 딱딱할 것이라는 생각은 했어요. 그런데 취임 후 논란이 된 모습은 예상보다 훨씬 권위적으로 보였습니다. 경찰국 신설도 무조건 밀어붙이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지 씨는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제 심한 인사는 교체 필요


갤럽 여론조사에서 국정 운영 부정평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 건 인사였다. 젊은 남성들의 경우 비판 여론과 역대 정부에서도 논란거리였던 사안이라는 반응이 엇갈렸다. 홍대입구역 뒤편 식당가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4·서울 용산구)씨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정을 외쳐 찍었는데, 정작 새 정부 인사를 보면 공정하다는 생각이 안 든다”며 “전 정권에 따라다닌 키워드가 ‘내로남불’이었는데, 현 정권도 장관 인사에서 드러난 후보자들의 논란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흘려보내더라”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 출신을 주요 공직에 다수 임명한 것을 보고 윤 정부도 결국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회사원 박모(33)씨는 “측근을 주요 자리에 배치하는 건 이전 모든 정부나 대통령들도 마찬가지 아니었느냐”며 “다만 문제가 심하게 불거지는 인사에 대해선 제재를 하거나 교체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갈등을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대선 당시 ‘이대남’(20대 남성)의 이 대표 지지세가 뚜렷했다.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오모(26·서울 광진구)씨는 “지지율 하락은 이 대표와의 계속되는 갈등 때문”이라며 “권성동 원내대표가 실수한 건지 의도적으로 흘린 건지 모르지만, 최근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역시 이준석 몰아내기는 윤핵관이 주도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이긴 당 대표를 쫓아낼 수 있는 힘은 대통령밖에 없고 이번 일로 물증이 확보됐다고 생각한다”며 “인구 구조상 정치 지형이 진보 쪽으로 기울 수 있는데, 2030 내 담론을 선점하고 호남으로의 서진 정책을 추구하며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등 보수 정당에 기여를 가장 많이 한 정치인이 이준석”이라고 옹호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강성 페미니즘의 병폐 때문에 때선 때 이준석이 도운 윤석열을 밀었다”면서도 “이 대표가 반드시 당 대표로 돌아와야 하는 건 아니지만, 갈등을 일으키는 자체가 문제”라고 했다. 이와 달리 32살 직장인 최모씨는 “이 대표 때문에 윤 대통령을 지지했었고, 최근 갈등이 크게 터져버려 걸리긴 한다"면서도 "민주당에 반대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만큼 이 대표가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윤석열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비판적 지지" 많아


2030 남성 중에는 지지를 철회했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비판적 지지' 입장이라고 밝힌 이들도 상당했다. 여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지율 반등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신촌에서 만난 송모(33·건축업)씨는 “윤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사실 어느 정도 감안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부족한 것 같다”면서도 “하다 보면 쓴 맛을 볼 날도 있고 그러다 보면 국민 눈치도 보고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 기대가 생긴 건 아닌데, 국민의힘이 못해도 너무 못하는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박모(23)씨는 “아직은 집권 초기 지지율 하락이라 큰 의미가 있나 싶다”며 “새 정부가 하려는 것을 하다 보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니 지금부터라도 소통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정권 초기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힌 대학생 한모씨도 “민주당이 집권했을 경우를 가정하면 차악으로 여전히 윤 대통령 편에 서고 싶다”고 했다.

※ 이 취재에는 황재영 인턴기자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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