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후계자 된 '이집트 명문가' 의사..사살되기까지

9·11테러 조직 알카에다 빈 라덴 사망 뒤이은 인물
CIA 주도 아프간서 드론 공습받아 사망

미국이 9·11 테러 주범인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현 리더 아이만 알자와히리를 드론 공습으로 사살했다. 알자와히리는 9·11 테러를 일으킨 오사마 빈 라덴의 후계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원래 이집트 명문가 출신 의사였다. 1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알자와히리의 아버지는 약학 교수였으며, 외할아버지 라비아아 알자와히리는 카이로에 있는 알 아즈하르 대학교 총장이었다. 증조부인 압델 라만 아잠은 아랍연맹의 초대 서기를 지냈다.

알자와히리 역시 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하고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알자와히리는 그러나 일찍이 반정부 인사인 삼촌의 영향을 받아 1981년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돼 수감됐다. 사다트가 암살된 후 다른 이슬람 과격 운동가들과 검거돼 불법무기 소지 등 혐의로 3년간 복역한 것이다.

출소 후에는 1985년 파키스탄으로 가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에 맞서 싸우다 다친 반소련 이슬람 반군 전사들을 치료했다.

그 시기 빈 라덴을 만나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93년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의 수장이 돼 정부를 전복하고 순수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며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등 일련의 테러 활동을 저질렀다.

또 1998년 5월 자신의 테러단체인 이집트 이슬람 자하드가 알카에다와 합병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알자와히리는 “민간인이든 군인이든 미국인과 그들의 동맹국을 죽이고 싸우는 판단은 모든 이슬람교도들에게 의무”라고 선언했다.

미국에 대한 공격은 같은 해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의 자살 폭탄 테러로 시작됐다. 이로 인해 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후 2001년에는 민간인 약 3000명을 숨지게 한 9·11 테러를 계획하는 데 동참했다.

알자와히리는 1년 후 공개된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전능하신 알라께서 밖에서 영혼을 바친 19명의 형제들에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승리를 부여했다”고 선전 활동을 이어갔다.

빈 라덴이 알카에다에 자금을 제공했다면, 알자와히리는 전 세계 조직원들을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술과 조직력을 구축하면서 알카에다의 2인자로 자리매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빈 라덴을 사살한 뒤 그는 알카에다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9·11 테러 2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비디오 영상에 직접 등장해 자신이 죽었다는 루머를 반박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는 그를 체포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지난해 6월 유엔 보고서는 그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국경 지역 어딘가에 위치해 있으며, 건강이 좋지 않아 활동하기 쉽지 않다고 추정했다.

결국 그는 미국 CIA가 주도한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고위층 소유 주택에서 미국 드론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