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할리우드처럼 다양성 품어야 롱런"
“지금 한류의 인기는 미국과 유럽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 힘을 계속 끌어가기 위해서는 상호 간 이해가 높아져야 합니다.”
‘2022 KF 글로벌 한국학 포럼’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실에서 만난 박태균(56)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의 말이다. 4일 서울에서 한국국제교류재단(KF) 창립 30주년 기념으로 열리는 이번 포럼은 지난 30년간 해외 한국학의 성과와 패러다임 변화를 짚고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다. ‘해외 한국학의 대부’로 불리는 존 덩컨 미국 UCLA 명예교수를 비롯해 26개국 1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한다.
박 원장은 마지막 순서인 종합토론의 사회를 맡았다. 그는 “최근 한국학의 연구 주제가 굉장히 풍성해지고 넓어졌다”고 전하며 향후 한국학 발전을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주장했다.
하나는 종합적인 한국학 플랫폼 구축이다. “한류는 엄청나게 진화 속도가 빨라 학문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들 하기도 합니다. 한류만 아니라 요즘 해외 연구자들은 반도체·자동차 등 한국의 산업과 과학기술도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의 농업 발전이나 한국전쟁 이후 1950~1960년대 정신병원에 대해 논문을 쓰려고 한 경우도 있어요.”
이처럼 한층 다양해진 해외의 관심사를 전하며 박 원장은 “세계적 요구에 부응하는 학자를 키우는 것과 함께 종합적인 플랫폼을 만들어 해외에서 요청하는 한국의 전문가를 연결하고, 해외 연구자와 소통하고, 적재적소의 자료를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국내 지역학 연구의 진흥이다. 박 원장은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 인기를 “세계사적 보편성에 한국적 특성을 플러스알파로 결합한 결과”로 풀이했다. 여기서 ‘보편성’은 “미국과 유럽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학에 대해서도 “다른 지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한국적인 상황을 보편적인 언어로 풀어낼 수 있다”며 “한국학이 계속 나아가고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의 지역학 연구를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한국에서 지역학, 특히 개도국에 대한 연구는 “거의 초보 단계에 그치고, 국가 수준에서도 연구 지원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역마다 한국학에 대한 수준과 요구가 다르다”며 이를 살피는 것과 함께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 동남아를 비롯해 해외 각 지역의 지역학 연구 주제와 방법을 검토하는 것도 한국학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학 연구나 관련 전문가 육성은 한류의 장기 전략과도 이어진다. 박 원장은 애플TV가 재일교포의 삶을 다룬 드라마 ‘파친코’를 만드는 등 최근 아시아를 포용하는 미국 할리우드의 흐름을 언급하며 “한류가 롱런하려면 다양성과 다원성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한이 중국과 일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다른 지역에도 한류와 반한류를 함께 연구하는 학자가 있더군요. 한류의 인기와 함께 안티테제가 나타나는 것은 강제로 막을 수도 없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원장은 한국학의 주제만 아니라 해외에서 한국 사회를 보는 초점도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와 민주화에서 ‘다원화’로 옮겨가고 있다”며 “젠더 이슈, 탈북민, 이주 등에도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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