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문화가 변했다..거리두기 풀려도 풀죽은 노래방·PC방
#서울 서초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해온 이모(56)씨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그간 외상을 달아놓고 돈을 주지 않고 있던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기간도 견뎠지만, 끝내 업종 변경을 고민 중이다. 이씨는 “‘코로나19만 끝나면, 거리두기만 풀리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현실은 달랐다”며 “여름 휴가철인 영향도 있겠지만,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절반밖에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해 올해 4월 전면 해제됐지만, 모든 소상공인이 웃진 못했다. 2일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의 점포 수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PC방·노래방·호프·간이주점 등 놀이·유흥시설로 분류되는 점포 수가 일제히 감소했다. 5월 전국에 있는 PC방 수는 9312개로, 지난해 같은 달(9604개)보다 3% 줄었다. 노래방은 2만7754곳으로, 같은 기간 1.8% 감소했다. 2019년 대비 2020년의 감소 폭보다는 작았지만 감소 추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호프와 간이주점의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5월 전국 호프는 2만6481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7840곳)보다 4.9% 줄었다. 동네 선술집을 포함하는 간이주점은 같은 기간 866곳(7.5%)의 점포가 줄었다. 상권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서울로만 한정하면 점포 감소율은 전국 평균보다도 크다.
특히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이들 업종의 감소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여행사의 수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수준으로 회복한 게 대표적이다. 여행사는 지난 5월 1년 전보다 3.8% 늘면서 1만3930개에 달했는데, 이는 2020년 5월(1만4046개) 수준이다.
감염 우려가 큰 대면활동시설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지난 5월 헬스클럽은 1년 전보다 19.9%, 실내스크린골프장은 22.1% 점포 수가 각각 늘었다. 집합인원이나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등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가 있던 업종인데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매장이 급속도로 늘었다. 테니스·탁구장 등 스포츠시설도 증가세다. 신발가게와 같은 대면 서비스업종도 지난해보다 점포 수가 늘었다.
반면, PC방·노래방·호프·간이주점 등에는 코로나19가 일시적 충격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이루자는 ‘워라밸’ 바람이 불면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 바뀌었고, 일찍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는 경우가 많아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PC방·노래방은 한국 특유의 여가 문화로 꼽혔다. 하지만, 점차 여가 문화의 중심은 자기관리와 스포츠로 이동하는 추세다. 9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1차 식당-2차 호프-3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던 ‘회식 공식’도 깨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같은 문화 변화가 더 가속했다고 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 등 속해 있는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게 MZ세대 문화”라며 “방역 조치가 자영업 구조 변화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여기에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의 변화도 한몫했다. PC방·노래연습장의 주 소비층인 10대·20대의 인구 감소세는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0·20대 인구는 2010년 약 1320만명에서 지난해 1150만명까지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PC방 프랜차이즈 대표는 “코로나19 이전 매출을 100이라고 한다면 거리두기 때는 30, 최근엔 65 정도 수준”이라며 “변화가 빠른 젊은 층 특성상 최근 2년 사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컴퓨터 대신 모바일로 게임을 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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