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기획자..미국, 21년 추격 끝에 제거했다
미국이 21년 동안 추격한 끝에 2001년 9·11 테러를 벌인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지난달 30일(미국 동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제거했다.
지난 1일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정보 당국이 올해 초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 있다는 걸 알았다”며 “신중하게 계획한 뒤 그를 제거하는 ‘정밀 타격’을 승인했고 지난 주말 임무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의가 실현됐다.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어디에 숨어 있든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안과의사 출신인 알자와히리는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9·11 테러를 기획했다. 빈 라덴이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군에게 사살된 뒤 알카에다 최고지도자를 맡았다.
AP는 “빈 라덴이 알카에다에 명성과 자금을 제공했다면, 알자와히리는 전 세계 조직원들을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술을 확립하고 조직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최우선 수배 테러리스트’로 2500만 달러(약 327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CNN에 따르면 이번 작전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했다. 지난 4월 초 알자와히리가 탈레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 소유의 카불 저택에 가족들과 거주 중인 것을 확인하고 약 4개월간 제거 계획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이던 지난달 25일 작전을 승인했다.
이어 카불 시간으로 지난달 31일 오전 6시18분 ‘헬파이어’ 미사일 2기를 탑재한 드론 1대를 이용해 알자와히리를 제거했다. 미사일은 발코니에 홀로 나온 알자와히리만 타격했으며 그의 가족은 물론 다른 민간인 사상자도 없다고 백악관은 발표했다.
AFP통신은 건물에 미사일 2기가 명중했는데도 폭발 흔적도, 다른 사상자도 없다는 사실을 근거로 이번 공격에 헬파이어의 파생형인 ‘AGM-114R9X’(이하 R9X)가 사용됐다고 추정했다. R9X는 비폭발성 탄두를 이용해 표적에 명중하기 직전 측면에서 6개의 칼날이 펼쳐져 반경 50㎝ 정도의 목표물만 제거해 ‘닌자 미사일’로 불린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이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정보 관계자들은 알자와히리 은신처의 모형까지 제작해 저택 구조를 철저하게 분석하면서 작전을 준비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8월 31일 20년에 걸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미군이 철수해도 테러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고 뉴욕타임스(NYT)는 평가했다. AP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지 11개월 만에 대테러전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명백한 국제 원칙과 도하협정(2020년 2월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평화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도하협정에는 탈레반이 국제 테러 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며, 해당 단체들과 모든 관계를 단절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에 미국 고위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도하협정을 위반했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박소영·김서원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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