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목 안쓰더라"..거리두기 풀려도 PC방·노래방은 울었다

정진호 2022. 8. 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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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해온 이모(56)씨는 폐업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엔 그간 외상을 달아놓고 돈을 주지 않고 있던 사람들에게 돈 받으러 다니는 게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기간도 견뎠지만, 끝내 업종 변경을 고민 중이다. 이씨는 “코로나19만 끝나면, 거리두기만 풀리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는데 현실은 달랐다”며 “여름 휴가철인 영향도 있겠지만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의 절반밖에 안 나온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7월 12일 서울 강남역 일대 거리. 연합뉴스


거리두기 완화도 폐업 못 막았다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차 완화해 올해 4월 전면 해제됐지만, 모든 소상공인이 웃진 못했다. 2일 국세청이 발표한 100대 생활업종을 분석한 결과 지난 5월 PC방·노래방·호프·간이주점 등 놀이·유흥시설로 분류되는 점포 수가 일제히 감소했다. 5월 전국에 있는 PC방 수는 9312개로, 지난해 같은 달(9604개)보다 3% 줄었다. 노래방은 2만7754곳으로, 같은 기간 1.8% 감소했다. 2019년 대비 2020년의 감소 폭보다는 작았지만 감소 추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호프와 간이주점의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지난 5월 전국 호프는 2만6481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2만7840곳)보다 4.9% 줄었다. 동네 선술집을 포함하는 간이주점은 같은 기간 866곳(7.5%)의 점포가 줄었다. 상권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서울로만 한정하면 감소율은 전국 평균보다도 크다.

목·손 대신 몸 쓴다…엇갈린 명암


다른 업종과 비교하면 이들 업종의 감소세가 유독 두드러진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대표 업종으로 꼽히는 여행사 수는 코로나19 확산 초창기 수준으로 회복했다. 지난 5월 1년 전보다 3.8% 늘면서 1만3930개에 달했는데, 이는 2020년 5월(1만4046개) 수준이다.

감염 우려가 큰 대면활동시설도 성장세다. 지난 5월 헬스클럽은 1년 전보다 19.9%, 실내스크린골프장은 22.1% 점포 수가 늘었다. 집합인원이나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등 거리두기로 인한 피해가 있던 업종인데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매장이 급속도로 늘었다. 테니스·탁구장 등 스포츠시설도 증가세다. 신발가게와 같은 대면서비스 업종도 지난해보다 점포 수가 늘었다.


워라밸, 인구변화 등 복합 영향


PC방·노래방·호프·간이주점 등에는 코로나19가 일시적 충격이 아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과 개인 생활의 균형을 이루자는 ‘워라밸’ 바람이 불면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 바뀌었고, 일찍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경우가 많아진 것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0년대 중반만 해도 PC방·노래방은 한국 특유의 여가 문화로 꼽혔으나 점차 여가 문화의 중심은 자기관리와 스포츠로 이동하는 추세다. 90년대생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1차 식당-2차 호프-3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던 '회식 공식'도 깨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이 같은 문화 변화가 더 가속화했다고 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회사 등 속해 있는 조직보다 개인을 중시하는 게 MZ세대 문화”라며 “방역 조치가 자영업 구조 변화를 앞당겼다”고 말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구조의 변화도 한몫했다. PC방·노래연습장의 주 소비층인 10대·20대의 인구 감소세는 가파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0·20대 인구는 2010년 약 1320만명에서 지난해 1150만명까지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PC방 프랜차이즈 대표는 “코로나 이전 매출을 100이라고 한다면 거리두기 때는 30, 최근엔 65 정도 수준”이라며 “변화가 빠른 젊은 층 특성상 최근 2년 사이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컴퓨터 대신 모바일로 게임을 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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