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먹어도 GO? 옛말..합치고·쪼개고·팔고, 재계 '쓰리고' 바람
합치고, 쪼개고, 팔고-. 고금리와 고환율·고물가 등 이른바 3고(高) 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재계가 새 판 짜기에 들어갔다. 해외 사업이나 부동산 등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고, 저수익 사업을 정리해 재무 건전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또 여기서 확보한 ‘실탄’으로 미래 먹거리를 위한 기반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과 포스코는 각각 30%·20%씩 보유하고 있는 브라질 세아라주(州) CSP제철소의 지분 전량을 세계 2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미탈은 “CSP제철소를 22억 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CSP제철소는 두 기업과 브라질 광산회사 발레(지분 50%)가 2012년 설립한 회사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사업서 잇단 ‘엑시트’
동국제강은 여기에다 중국법인인 DKSC 지분 90%를 중국 강음 지방정부 산하 투자회사에 매각하기도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선제 대응을 통해 향후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파키스탄(LCPL) 지분 75%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지난 2009년 파키스탄에서 현지 기업을 인수해 세운 업체다. SK에코플랜트와 SK가스 등은 튀르키예(터키)의 유라시아 해저터널(ATAS)을 운영하는 특수목적법인 SK홀드코의 지분을 카타르투자청(QIA) 계열사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돈 되는’ 부동산도 매각 대상이다. 한화그룹의 자동제어솔루션 기업 에스아이티는 지난 6월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블루보틀 건물’ 4채를 250억원에 팔기로 했다. SK텔레시스는 경기 성남에 있는 판교연구소를 820억원에, 신한금융투자는 서울 여의도 사옥을 6395억원에 매각했다. STX중공업도 대구공장 토지와 건물을 400억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中 저가 공세에 LCD 손 떼기도
돈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손절’한다. SKC는 지난 6월 회사의 모태였던 필름사업 부문을 SKC미래소재로 분사해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로 했다. 1977년 국내 첫 폴리에스터(PET) 필름 개발을 시작으로 필름사업을 주도해왔던 회사다. SKC 관계자는 “필름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2차전지·반도체·친환경 소재 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산 제품의 ‘저가 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지난 6월 완전히 정리했고, LG디스플레이도 지난달 27일 실적발표 때 단계적 철수 방침을 밝혔다. 두 회사 모두 미래 가치가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사업을 쪼개거나 붙이기도 한다. 전문 분야를 키워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달 자동차 부문과 건설·상사 부문으로 회사를 인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이랜드리테일도 하이퍼마켓과 패션브랜드 부문을 각각 ‘홀푸드’ ‘글로벌패션’으로 분사하겠다고 발표했다.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분야를 지난 4월 ‘KT클라우드’로 분사시켰다.
합병을 통해 시너지 창출에 나선 기업도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한화디펜스에 분산돼 있던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통합한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유사 사업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롯데제과·롯데푸드를 합병해 통합 롯데제과를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에 이어 식품업계 2위로 올라섰다. 포스코그룹은 철강무역·에너지·투자 사업을 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전력판매 사업 등을 하는 포스코에너지의 합병을 추진 중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크레인과 운반하역 설비를 제작하는 자회사 현대인프라솔루션의 합병을 결정했다. 지난해 5월 분사한 지 1년 만이다. 또 CJ ENM의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 ‘티빙’은 KT의 ‘시즌’을 흡수합병한다고 밝힌 상태다.
기업들의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비하면서도, 미래 수익성을 강화하는 ‘교통정리’ 성격이 짙다. 과거에도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지면서 대기업의 사업 재편이 활발했다. 조명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미래사업을 개척하는 일종의 ‘기업 진화’”라고 분석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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