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의 공포'에 국제유가 6개월래 최저로..'연말 80달러' 전망도
올해 상반기 고공 행진하며 물가를 끌어올렸던 국제 유가가 1일(현지시간) 배럴당 93달러대로 하락했다. 6개월래 최저 수준이다. 짙어지는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에 원유 수요가 줄 것이란 전망이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 입장에선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부담을 덜어주는 소식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미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8% 하락한 배럴당 93.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월 25일(배럴당 91.59달러) 이후 최저다. 올해 유가가 가장 비쌌던 3월 8일(배럴당 123.7달러)보다 32% 떨어졌다. 이날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에서 10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99달러대로 밀려나기도 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건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경기에 ‘경고등’이 켜지면서다.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전망이 유가 상승 압력을 낮추고 있다. 불을 지핀 건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표 둔화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집계한 지난 7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한 달 전(53)보다 0.2 하락한 52.8을 기록했다. 2020년 6월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낮다. PMI는 신규 주문과 생산, 재고 등 제조업체 대상 설문을 통해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다.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이보다 낮으면 위축 국면으로 해석한다.
중국 경기도 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7월 중국 차이신 제조업 PMI는 50.4로 지난 6월(51.7)보다 하락했다. 특히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제조업 PMI는 49로 경기 위축 국면으로 돌아섰다.
3일 OPEC+ 증산 여부가 변수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 둔화 우려에 더해 국제 유가의 흐름을 가를 변수는 오는 3일(현지시간) 열리는 OPEC 플러스(OPEC+) 회의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는 공급자 측 변수인 원유 생산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가를 낮추기 위해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산유국에 증산을 압박하고 있지만, OPEC+가 생산량을 크게 늘리진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예상이다. OPEC+ 회원국 상당수는 러시아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탐 알가이스 신임 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한 인터뷰에서 “OPEC은 영향력이 큰 러시아와 경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공생 관계인 OPEC+가 눈에 띄는 증산 계획을 내놓기 힘들 수 있다”며 “(예상대로) 증산 합의를 하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 두고 ‘80달러’ VS ‘130달러’
국제 유가 전망은 엇갈린다. 세계 경기 후퇴 속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이 지난 데다 올해 하반기 세계 경기 둔화로 원유 수요가 줄며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드 모스 씨티그룹 글로벌 원자재 부문 대표는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유 수요 감소로 올해 말까지 WTI 가격은 배럴당 80달러 초반,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원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1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글로벌 책임자는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조치 해제로 원유 수요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하반기 수요가 늘면서 유가는 다시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브렌트유 연말 목표가로 배럴당 130달러를 제시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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