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세대 뛰어 넘는 배우들의 하모니..연극 '햄릿'

박정선 2022. 8. 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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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다, 어두워"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멀리서 종이 울리네. 뎅, 뎅, 뎅, 뎅" "이 기나긴 광대놀음도 이제 끝인가."스산한 묘지에 선 인물들 사이에서 유랑극단 배우 1, 2, 3, 4가 토해내는 마지막 대사를 끝으로 관객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쏟아진다.

많게는 50년가량 차이를 뛰어넘은 선후배 배우들이 선보이고 있는 연극 '햄릿'의 공연장 풍경이다.

이는 극중 유랑배우들에게 하는 말이자 곧 무대에 서는 배우 모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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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어둡다, 어두워” “춥다, 뼈가 시리게 추워” “멀리서 종이 울리네. 뎅, 뎅, 뎅, 뎅” “이 기나긴 광대놀음도 이제 끝인가.”


스산한 묘지에 선 인물들 사이에서 유랑극단 배우 1, 2, 3, 4가 토해내는 마지막 대사를 끝으로 관객석에선 뜨거운 박수가 쏟아진다. 이 박수는 신·구세대 배우 간 협력과 조화를 통해 쏟아낸 에너지의 크기와 비례한다. 많게는 50년가량 차이를 뛰어넘은 선후배 배우들이 선보이고 있는 연극 ‘햄릿’의 공연장 풍경이다.


ⓒ신시컴퍼니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였던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공연된 ‘햄릿’ 공연은 더로 다른 프로덕션으로 20여개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로 화제를 모았던 공연은 셰익스피어 400주기 및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 등이 총출동해 펼쳤던 공연이다.


당시 출연했던 9명의 배우들의 연기 인생 합만 무려 500년이 넘는다. 연기하기 까다롭기로 유명한 청년 햄릿을 배우들의 관록으로 완성해내면서 당시 좌석 점유율 100%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이 배우들이 고스란히 6년 만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복귀했다.


다만 이번엔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단역으로 후배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권성덕은 무덤파기로, 전무송은 유령, 박정자는 배우1, 손숙은 배우2, 정동환은 폴로니어스·사제, 김성녀는 거트루드, 유인촌은 클로디어스, 윤석화는 배우3, 손봉숙은 배우4 그리고 새로 합류한 길해연은 배우2를 맡았다.


ⓒ신시컴퍼니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던 원로 배우들의 말처럼, 실제로 무대 위에서 이들이 각자의 배역을 통해 쏟아내는 에너지는 놀라울 정도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시간은 짧지만, 유인촌의 절제된 악역 연기, 박정자를 앞세운 유랑극단 등이 뿜어내는 존재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묵직한 울림까지 안긴다.


강필석은 선배 배우들의 든든한 뒷받침 속에 새로운 햄릿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햄릿 전문 배우’이자 클로디어스로 맞붙어야 할 대배우 유인촌이라는 존재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텐데도 성공적인 ‘햄릿’ 데뷔 무대를 보여준다. 이밖에도 박지연·김수현·박건형 등 젊은 배우진도 그동안 다수의 무대를 통해 쌓은 내공을 어김없이 발휘했다.


극중 햄릿은 이렇게 말한다. “폴로니어스! 이 배우들을 잘 대접해주시오. 배우란 시간의 요약이자 짧은 연대기거든”이라고. 이는 극중 유랑배우들에게 하는 말이자 곧 무대에 서는 배우 모두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배역의 대물림을 실현한 이번 ‘햄릿’ 프로덕션은, 무대 위의 ‘짧은 연대기’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8월 1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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