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살 맛있다" 오바마에 도발..9·11 진짜 주모자의 최후
미국이 사살했다고 밝힌 이슬람 급진 무장단체 알카에다의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71)는 9·11 테러의 핵심 배후로 지목된 인물이다.
1일(현지시간) AP통신·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998년부터 알카에다 1인자 오사마 빈 라덴의 심복으로 지낸 알자와히리는 조직 결속과 대외 전략 등에 깊이 관여하며 알카에다의 '정신적 중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1년 9·11테러 전술 기획 등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최우선 수배 테러리스트'에 올라 2500만 달러(약 327억원)의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외신은 복수의 대테러 전문가를 인용해 알자와히리가 9·11테러 주모자로 알려진 빈 라덴보다 테러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AP는 "빈 라덴이 알카에다에 명성과 자금을 제공했다면, 알자와히리는 전 세계 조직원들을 네트워크로 구축하는 데 필요한 전술과 조직력을 구축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알카에다 관련 서적을 펴낸 영국 런던정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파와즈 게르제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빈 라덴이 전선에서, 알자와히리는 그 배후에서 알카에다를 이끌었다"며 "그는 알카에다의 브레인이었다"고 말했다. 알자와히리는 빈 라덴 사망 이후 알카에다의 2대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빈 라덴은 2011년 5월 미 해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이집트 안과의사였던 알자와히리는 명문가 자제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에 몰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이집트 대통령 암살사건에 연루되며 대외적으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후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1979~1989년)에 참전해 이슬람 게릴라 치료 활동을 펼치다가 빈 라덴을 만나게 됐다.
1993년엔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의 수장이 돼 정부를 전복하고 순수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겠다며 1995년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는 등 일련의 테러 활동을 저질렀다.
알자와히리는 1998년 '모든 무슬림은 미국인을 살해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이슬람 무장단체를 결속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같은 해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국 대사관을 대상으로 폭탄 테러를 가하고, 2000년엔 미 해군 구축함 'USS 콜'에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는 등 수십년간 미국인들에 대한 공격을 주도했다.
2008년엔 온라인 성명을 통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아프가니스탄의 개들이 당신 군인들의 살이 맛있다는 걸 알았으니 수천 명씩 보내라"고 도발하는 등 잔혹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알자와히리는 9·11테러로 아프가니스탄 주둔지에서 강제 퇴각한 이후 알카에다 재건을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지에서 자치 지부·분파 네트워크를 형성해 조직을 이끌었다. 이후 10년간 스페인·영국·파키스탄 등에서 테러 공격의 배후로 활동했다.
그러나 2014년 이후 더 과격한 극단주의 조직 '이슬람 국가(IS)'의 급부상으로 알자와히리가 이끄는 알카에다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또 그가 행한 선전 활동도 전임자인 빈 라덴에 비해 파급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WP는 "알자와히리는 빈 라덴과 같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갖진 못했으나, 전술적 능력을 인정받아 내부 신임을 얻은 케이스"라고 전했다.
알카에다는 아직까지 알자와히리의 죽음과 그의 후임자에 대한 공식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WSJ가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탈레반 고위 지도자 저택에 머물다가 미군 드론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영우 '장애인 찐사랑' 현실선...관계 후 만원 주며 "과자 사라"
- "확진 하사와 입 맞춰라"...고 이예람 중사 부대서 또 여군 성추행
- "급해서 그랬다" 무인 인형뽑기방에 대변 보고 튄 여성 찾아냈다
- 한의사 아빠는 교도소에 산다…'감옥합숙' 택한 장경진씨 사연
- 김민재 통역 화제의 교수, 한국말 비결은 "하숙집 아줌마 수다"
- "자칫하면 죽는다"…동해 수영하다 따끔, 수돗물 위험한 이유
- 메뉴 대신 구구절절 사연이…식당 앞 '착한 키오스크' 정체
- 남성 몸 만지며 "굵고 단단하네"…홍성군 희한한 '마늘 홍보'
- 친구 뺨 때린뒤 "아파? 아이고 예쁘다"…광주 중학생 집단폭행
- 배신당한 '국민 영웅'…퇴사 압박받는 코로나 간호사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