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우리가 몰랐던 현대차? 우리만 몰랐던!

김소연 2022. 8. 2. 14: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소차로 그리던 미래 틀어지고 전기차는 맨땅에 헤딩
절치부심 10년..자체 경쟁력으로 다시 용틀임하는 현대차

# 미국 애틀랜타공항은 입국 절차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공항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곳으로 손꼽힙니다. ‘애틀랜타공항에서 봉변당하지 않고 잘 입국하는 법’ 등의 글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곤 하죠. 2011년쯤, ‘애틀랜타공항 입국심사대를 통과하기 가장 손쉬운 방법은 현대차 직원이라 얘기하는 것’이란 얘기가 알음알음 떠돌았습니다. 미국에서 현대차의 위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단면이었죠.

2011년 어느 뜨거운 여름날, “왜 왔느냐?”라는 질문에 “현대차 공장을 방문하러 왔다”고 답한 후 입국심사관이 바로 “YES” 하며 쾅쾅 도장을 찍어준 여권을 받아들고 찾아간 앨라배마 현대차 공장과 조지아 기아차 공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장점유율 3%를 넘겨보는 게 소원’이라던 현대차는 간 곳 없고, 현대·기아차 합쳐 그해 5월 미국 시장점유율이 사상 최초로 10%를 넘어섰죠. 그야말로 파죽지세였습니다.

# 무려 4만대가 들어갈 수 있는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야적장은 당시 거의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다음 날 찾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시에 위치한 현대차 딜러숍에도 차가 별로 없기는 마찬가지였죠. 매니저 K씨가 “내놓으면 팔린다. 차가 더 있으면 훨씬 더 많이 팔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던 기억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선연합니다. 그뿐인가요. LA카운티 세리토스에 위치한 기아차 딜러숍 매니저는 팔려고 내놓은 중고차 목록을 주르르 보여줬는데, 포드 머스탱,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가 자주 눈에 띄고, 중간중간 렉서스, BMW, 아우디도 있었죠. 딜러숍이 보유한 중고차는 기아차를 구매한 고객이 놓고 간 차량입니다. 매니저가 “1년 전만 해도 기아차 사라고 하면 ‘Are you kidding?’ 했었는데 요즘은 달라졌다”고 해서 또 놀랐었죠.

당시 작성한 특집 기사의 제목은 ‘현대차가 두렵다’였습니다. ‘가격만 싼 차’를 넘어 품질, 디자인을 양 날개 삼아 글로벌 3위에 도전하는 현대차는 정말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라고 덧붙였죠. ‘토요타 리콜 사태와 동일본 지진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엄청난 타격을 입은 틈새를 비집고 만들어낸 결과’라는, 다소 폄하하는 듯한 평가를 무작정 무시만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잠시 찬란한 불꽃을 피운 후 현대차는 오래도록 암흑의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수소차에 집중했던 미래는 180도 틀어져버렸고, 준비 1도 안 했던 전기차 시대를 맞아 부랴부랴 늦어도 한참 늦은 후발주자로 맨땅에 헤딩하며 새로 시작해야 했죠.

절치부심 10년을 버티고 이제 현대차가 다시 한 번 용틀임을 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더 좋습니다.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 시장에서도 어느 정도 발판을 마련했고, 2025년에는 현대차만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이 10%가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게다가 그때는 반사이익 측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오롯이 현대차 자체 경쟁력으로 일궈낸 성과입니다. 그야말로 ‘우리가 몰랐던 현대차’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만 몰랐던 현대차’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김소연 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