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물어뜯은 개, 결국 안락사 안됐다.."온순하다" 데려간 곳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세 아이를 물어 다치게 한 개가 안락사 되는 대신 동물보호단체로 넘겨졌다. 사고견을 인계받은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는 “개는 온순했고 공격적인 성향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비구협은 지난 1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주 토요일(7월30일) 울주경찰서로부터 관련 법률과 절차에 따라 임시보호 목적으로 사고견을 인계받았다”고 밝혔다.
비구협은 “개는 온순했고 비구협 활동가나 소속 훈련사가 보기에 어떤 공격적인 성향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며 “하지만 어린이를 공격한 전력이 있으므로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잘 지켜보고 안전하게 보호하겠다”고 했다.
이어 “개 한 마리 죽인다고 개물림 사고의 본질이 변하지 않듯 개 한 마리 살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은 우리가 한 마리의 개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지 일깨워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생명에 대한 책임감 없이 개를 묶어 키우는 일명 ‘1m 마당개’와 ‘밭지킴이 개’에 대한 분명하고 실질적인 대책과 관련 법령 보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구협은 “이번 사건으로 큰 상처를 입은 초등학생과 가족분들에게 다시 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고견을 살리고자 했던 저희는, 상처 입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역할과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이해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개는 지난 7월11일 울산 울주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목줄이 풀린 채 돌아다니다 8세 남자아이를 공격했다.
개 물림 피해자 A(8)군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폐쇄회로(CC) TV 영상에는 A군이 개를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모습이 담겼다. 도망치던 A군은 이내 개에게 물려 넘어졌고, 개는 2분 넘게 공격을 이어갔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개를 A군에게서 떼어내기 전까지 공격은 계속됐다.
이 사고로 A군은 목과 팔다리 등에 봉합 수술을 한 뒤 입원 치료를 받았다.
사고 당시 A군을 구조한 택배기사는 ‘비디오머그’를 통해 “애가 완전히 대자로 뻗어서 온몸에 피가 흐르는데, 시커먼 개가 애 몸을 물고 흔들고 있었다”며 “개가 물어뜯는 게 아니고 진짜 잡아먹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A군의 아버지는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보도됐는데 생명에 지장이 있다”며 “목을 자근자근 다 씹어놨다. 택배기사 아니었으면 현장 즉사였다”고 말했다.
이후 80대 견주는 개의 소유권을 포기했고, 개의 안락사 여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비구협은 “이 개 한 마리를 죽인다고 개 물림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줄을 묶어 사육하고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사건을 초래한 견주에게만 법적·사회적 책임을 묻는 처벌이 합당하다”면서 사고견의 안락사를 반대하고 인수를 요청했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후 검찰에 사고견에 대한 안락사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이 ‘보관의 위험성’을 인정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 지시를 내렸다.
그러면서 검찰은 형사소송법이 아닌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른 안락사를 검토할 것을 경찰에 전달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동물보호법에 따라 안락사하려면 사고견 위험성을 진단하고 안락사를 실행할 수의사가 필요한데, 이를 맡겠다고 나서는 수의사가 없어 결국 사고견은 비구협에 인계됐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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