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뒤쫓아 빈 라덴 후계자 제거..은신처 모형까지 만든 美

박소영 2022. 8. 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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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21년을 뒤쫓은 끝에 9·11 테러의 주범인 국제 테러 조직 알카에다의 리더 아이만 알자와히리(71)를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무인항공기(드론) 공격으로 제거했다.

아이만 알자와히리(오른쪽)이 지난 2001년 11월 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 수장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과 파키스탄 언론인과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1일 AP 통신·CNN 등 외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대국민 연설에서 "정보당국이 올해 초 알자와히리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시내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서 "신중하게 계획한 후 그를 제거하는 ‘정밀 타격’을 승인했고 지난 주말 임무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알자와히리는 지난 2001년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미 뉴욕 무역센터와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빌딩을 향한 9·11 테러를 저질렀다. 빈 라덴이 지난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 해군특전단 공습에 사살된 후, 알카에다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정의가 실현됐다. 테러리스트 지도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민에게 위협이 된다면,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어디에 숨어 있든 반드시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은신처 모형까지 제작해 4개월간 준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 고위 관계에 따르면 알자와히리 사살 작전은 미 중앙정보국(CIA)가 주도했다. 지난 4월 초 알자와히리가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이 소유한 카불 저택에 가족들과 머물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약 4개월간 사살 계획을 세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이던 지난달 25일 마지막으로 검토한 후 공습을 결정했다.

알자와히리가 머물고 있던 카불의 안가. 사진 트위터 @Charles_Lister 캡처

그리고 지난달 30일 오후 9시 48분(카불 시간 31일 오전 6시 18분)에 원거리 공격용 미사일인 ‘헬파이어(Hellfire·지옥의 불)’ 2기를 탑재한 드론 1대를 이용해 알자와히리를 제거했다. 발코니에 홀로 나와 있던 알자와히리만 정밀 타격해 알자와히리 가족은 물론 다른 민간인 사상자는 없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AFP통신은 미국 정부가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알자와히리가 머물던 건물에 미사일 2기가 명중했는데도 폭발 흔적이 없고, 알자와히리 외에 다른 사망자가 없었다는 특징을 근거로 이번 공격에 헬파이어 미사일의 파생형인 ‘AGM-114R9X’(이하 R9X)가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R9X는 비폭발성 탄두를 이용해 조준점 반경 50㎝ 정도 구역만 파괴한다. 표적에 명중하기 직전 미사일 측면에서 6개의 칼날이 사방으로 발사되면서 목표물만 확실히 제거해 ‘닌자 미사일’로 불린다. 앞서 2017년 비밀리에 배치돼 당시 알카에다의 2인자였던 아부 알카이르 알마스리를 제거하는 데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알마스리가 타고 있던 차량은 천장에 큰 구멍이 뚫렸고 탑승자를 비롯한 차량 내부가 갈기갈기 찢겼지만, 차체 전면부와 후부는 전혀 부서진 데가 없어 다른 민간인 피해가 없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민간인 사상자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함에 따라 정보당국 관계자들은 알자와히리 은신처 모형까지 제작해 저택 구조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모형을 보고 창문과 방의 위치, 해가 어떻게 들어오는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작전에 미치는 영향을 세세하게 파악하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AP "아프간 철수 11개월 만에 중요한 승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코로나19 재확진 상황에서도 백악관에서 알자와히리 제거 소식을 전하기 위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31일 2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을 선언하면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모두 철수해도 테러와의 전쟁을 늦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알자와히리 드론 공습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AP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지 11개월 만에 대테러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명백한 국제 원칙과 도하협정(2020년 2월 미국과 탈레반이 맺은 평화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에 대해 미국 고위 관계자들은 탈레반이 도하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여겼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도하협정에는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 단체가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해당 단체들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탈레반의 약속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은 알자와히리가 카불 은신처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드론 공습 후엔 알자와히리 시신을 숨기기 위한 조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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