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악몽' 신라젠 임상 중단..미리 판 前대표 무죄 확정
항암치료제의 임상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매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라젠 임원에 대해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자본시장법상 미공개 정보 이용 등 혐의로 기소된 신라젠 전 대표 신모(50)씨에게 무죄를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미공개 정보 이용 구속→1심‧2심‧3심은 무죄
신씨는 2019년 항암치료제인 펙사벡의 간암 대상 미국 등지에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의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같은 해 6월 27일부터 7월 3일까지 보유 주식 전량인 16만7777주(약 88억원어치)를 매도해, 결과적으로 64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실제 신라젠은 주식 매각 직후 "당사는 8월 1일 오전 9시(미국 샌프란시스코 시간)에 독립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 3상 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했으며 진행 결과 DMC는 당사에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공시했다.
검찰은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경영진이 이에 앞서 통계담당자에게 임상시험 관련 데이터를 조사분석한 파일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그 파일을 신씨가 입수한 것으로 봤다.
반면 신씨 측은 ‘미공개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고 개인적인 세금을 납부하고 전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매도한 것’이라며 맞서왔다.
재판부 역시 통계담당자가 생성한 파일은 단순한 통계기법이 사용돼 실제 임상 평가 결과를 예측할 수준이라 보기 어렵고, 통계담당자가 생성한 파일 등이 신 전 대표에 전달된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약 1시간동안 판결을 내리면서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모순·의문에는 애써 눈 감고,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고까지 지적한 바 있다.
2심에서도 1심 판단에 덧붙여 “임상실험 실패를 미리 예견했다면, 스톡옵션도 시급히 행사해 매각했을텐데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며 “전후 사정과 매매 패턴을 고려해도 미공개정보를 취득해 주식을 매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 역시 “원심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3조 제1항 제1호, 제174조 제1항에서 정한 ‘미공개 중요정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한 때 시총 2위 신라젠, '펙사벡 임상 중단' 주가 폭락 시작됐다
신라젠은 2016년 공모가 1만5000원에 기술특례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신라젠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3상 글로벌 임상시험 성공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주가는 한 때 15만원을 돌파할 정도로 고공행진했다.
이를 기반으로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까지 올랐던 신라젠은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이 권고된 지난 2019년 8월부터 폭락했다. 같은 시기 서울남부지검은 펙사벡 무용성 평가를 앞두고 보통주가 대량 매각됐다는 금융감독원 자료를 넘겨받는 등 신라젠 불공정거래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여기에 2020년 5월 문은상 전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신라젠의 주식 거래는 중단되고 ‘상장 폐지(상폐)’ 위기로 내몰리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신라젠 고속 성장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무성했지만,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규명되지는 않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 모임인 노사모 출신 이철 전 VIK 대표가 2014년 거액을 투자하고,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도종환 의원, 유시민 이사장 등이 특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 과정에서 이철 전 대표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관계를 의심해 기자와 검찰이 이 전 대표를 압박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의혹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한편, 문 전 대표는 ‘자금 돌려막기’ 수법으로 1000억원대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문 전 대표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심에서 인정한 배임액 10억5000만원을 350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취지다. 이에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보다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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