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도 등 돌렸다..'7세 입학' 절차·목적·대안까지 총체적 난국
정서발달·교육과정 고려 안한 정책이라서
교육부 대처도 미흡, 박순애 "1개월씩 확대"
OECD 38개국 중 26개국 만 6세 취학
"연령 낮춘 영국, 교육격차 심화로 부정적 영향"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교육부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대다수 교사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
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교원 10만662명을 대상으로 학제개편 논란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94.7%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중 89,1%는 ‘매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만 5세 자녀를 입학시킬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합 교원이 91.1%에 달했다.
반대 이유는 ‘아동 정서 등 발달단계나 교육과정을 고려하지 않아서’(82.2%), ‘학령기가 중첩되는데 교사·교실 확충 등 여건 개선이 고려되지 않아서’(5.3%)라는 답변이 많았다. 교사들은 "인력 양성에 매몰돼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거나 "조기 진학이 열려 있는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교사 85.2%는 현행 만 6세 취학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냈고, 만 7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9.0%나 나왔지만 만 5세라고 답한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교육부의 미흡한 대처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업무보고 때 발표했던 2025년부터 4년간 25%씩 수용하는 방안 외에 "12개월에 걸쳐 1개월씩 늘리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25%씩 수용하면 과밀학급 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부정 여론을 의식해 다른 대안을 꺼낸 것이다. 박 부총리는 "1학년에 입학하는 학생이 만 5세인 경우 교과과정도 기존과 다르게 바꾸고, 학교 공간도 달라질 수 있다"며 "어머님들이 우려하는 돌봄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 1·2학년은 8시까지 돌봄을 (제공)한다는 제안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돌봄교실은 맞벌이·저소득 가정에만 제공된다. 아이들을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인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유아기에 가장 적합한 교육은 ‘놀이를 통한 배움’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학제개편안이 사회적 논의 없이 발표되고 산업인력 양성이라는 목적을 앞세운 점 등도 비판의 대상이다.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장관의 보고가 결론이 되고 대통령의 ‘조속한 시행’이라는 지시로 마침표를 찍으면서 교육 주체를 배제하는 식의 정책 강행은 헌법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면서 "20년 후 산업인력 공급체계를 위해서 만 5세 유아를 책상에 앉혀 공부를 시키는 것이 결코 교육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 해당 연령의 유아에게 어떤 교육이 적절한지 교육적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만 6세 취학이 일반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교육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OECD 38개국 중 26개국은 만 6세에 취학하며, 만 7세 취학이 8개국, 만 5세 취학 정책을 시행하는 국가는 4개국(영국·아일랜드·호주·뉴질랜드)에 불과하다.
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만3~5세 유아는 발달 단계에 따라 놀이 중심 누리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교실 크기와 형태, 화장실과 급식 등 시설 환경도 해당 연령 유아들의 심신 상태를 고려한 것"이라며 "심도 있는 의견조사나 연구조차 없이 단순히 ‘요즘 애들 커지고 똑똑해졌다’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영유아과정학회는 "국가별 입학연령 시기는 다양하지만 대부분 선진국 입학연령은 6세이며, 입학연령에 대한 부모의 선택 기회가 주어지며, 외국은 9월에 입학한다는 점도 간과한 것"이라며 "입학연령을 낮춘 영국의 경우 교육 격차가 오히려 심화되고 유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지대한 연구결과를 근거로 오히려 입학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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