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美도 유럽도 이탈..코로나시대의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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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E)·사회(S)·지배구조(G)', ESG의 바람은 어느 날 전 세계에 불어닥쳤다.
ESG와 관련해선 제법 구력이 있다고 여겨지던 유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ESG를 얘기하면 반드시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와 폭염과 싸우는 상황에서"로 시작하는 '때가 어느 땐 데' 식 반론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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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환경(E)·사회(S)·지배구조(G)', ESG의 바람은 어느 날 전 세계에 불어닥쳤다. 조여오는 기후변화에 불안했던 사람들을 안심시키며, 인류의 미래를 구원할 것 처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한 순간에 ESG 궤도를 망쳐놨다. 마스크·코로나19 키트·비닐장갑·소독티슈는 코로나 시대의 전투복이자 생필품이 됐고, 일회용품에 대한 경계는 낮아지다 못해 자취를 감췄다. 사람이 죽어 나가고, 집에 갇히고, 국경이 막히는 상황에서는 쉽사리 "이러면 환경(E)이…"라고 말을 꺼내지 못한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이해관계자 소통은 복잡하고 까다로워졌고,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원래부터 뭘 말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거버넌스(G)는,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로 있다.
ESG와 관련해선 제법 구력이 있다고 여겨지던 유럽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의 산물인 폭염과 가뭄으로 수력과 원자력 발전량이 줄면서 퇴출 1순위이던 화석연료 석탄에 다시 손을 뻗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월 유럽의 발전용 석탄 수입량은 790만t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배 뛰었다. 지난해 81억 7300만t이던 세계 탄광 생산량은 올해 연간 최대 생산량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시장의 움직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ESG 투자에 대한 글로벌 벤치마크를 만들겠다는 시도가 유럽에서 있었지만, 최근 양성 평등이나 공급망 같은 지표 포함 여부 문제로 내분을 겪으며 논의가 중단됐다.
미국은 2035년까지 100% 청정 전력 전환, 205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 전환의 목표를 내놨지만 경제적, 지정학적,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면 그때까지 '제로'가 되는 것은 실현가능성 뿐이다. 당장 석유기업들의 돈잔치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1, 2위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올해 2분기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다. 엑손모빌의 2분기 순이익은 178억5000만달러(약 23조3000억원), 셰브론은 116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다시 말하지만 매출이 아니라 남은 순이익만 수십조다.
예상하건대 3분기에도 엑손모빌과 셰브론의 실적은 좋을 것이다. 은행권이 합의한 ESG 원칙에 따라 석유 생산이나 정제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빌리기 어려워졌고, 가스관이 잠긴 상황에서 석유는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거인이 더 커지는 수밖에.
이런 상황에 ESG를 얘기하면 반드시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와 폭염과 싸우는 상황에서"로 시작하는 '때가 어느 땐 데' 식 반론이 나온다. 하지만 지난 수 십 년, ESG를 생각하기 딱 좋았던 호시절에도 지구인들은 이를 진지하고 절박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새천년개발목표(MDGs),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로하스(LOHAS), 친환경, 그린에너지 같이 이름만 바꿔 붙이며 고민하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일갈했다. "당신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오히려 지금 그들의 미래를 훔친다"고. 그러나 툰베리가 예상했던 도난의 대상은 자녀의 미래를 넘어 우리의 현재로 다가와 버렸다. 40도 이상의 이상고온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산이 불타고, 철도가 굽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은 '머리를 매일 감지 말라'고 권고했고, 관광의 성지 이탈리아는 분수대를 잠갔다. 다음엔 어떤 것이 금지될 지 예측할 수 없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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