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지만 가격이.." 채식주의 장벽 높이는 '비건 택스'
관심도 높아지지만..가격에 '진입 장벽' 느끼기도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비거니즘(채식주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비용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식물성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선 기성품보다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하는데, 일종의 '비건 택스'(Vegan tax·채식주의 상품에 추가 부과되는 비용)가 비건 선택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비거니즘 라이프스타일'(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 대상)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비거노믹스'(채식주의자+경제, 채식주의자를 대상으로 한 경제 산업)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거니즘을 지향하고 있거나 실천하고 있다'는 응답은 3.4%로 저조했지만 '비건 제품은 한 번쯤 소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59.9%) '장기적으로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 같다'(55.6%), '환경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49.5%) 등 긍정 인식이 높았다.
'비거니즘'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는 비용이 꼽혔다. '비거니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려면 돈이 많이 들 것 같다'(61.4%), '비거니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경제적 부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일이다'(23.1%)로, 비거니즘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인식이 드러났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관을 투영시키는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용 문제는 비거니즘 실천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로 보인다.
직장인 A씨(25)도 환경 문제를 시작으로 '비건을 지향하는 삶'에 흥미를 느끼고 있지만 비거니즘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로 가격을 꼽았다. A씨는 "식습관을 하루 아침에 바꾸긴 어렵지만 매일 먹던 고기를 주 2~3회로 줄이거나, 제품을 살 때 비건 마크가 있는 걸 사려고 한다"며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얼마 전에는 일반 샴푸에서 비건 샴푸바를 샀는데 100g에 9000원정도였다. 기성품 샴푸보다 사용 횟수가 적지만, 가격은 2배 이상 높다"고 토로했다.
대체육도 일반 가공육보다 가격대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신세계푸드가 출시한 베러미트 식물성 런천 340g은 7680원인 반면, 이마트 대표 자체브랜드(PL) 노브랜드의 리얼런천미트 340g의 가격은 이마트몰 기준 2480원으로 3배가량 저렴하다. 타사의 제품도 마찬가지다. 동원의 신 런천미트 340g은 4780원, 한성기업의 런천미트는 약 3000원(3매입 기준 8990원), 롯데햄의 런천미트는 약 3200원(3매입 기준 9710원)이다. 고급 캔햄으로 분류되는 스팸(7180원)과 비슷하지만 대체육은 여전히 비싼 축에 속하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채식주의자는 우유가 들어가는 라떼 한잔도 더 비싸게 사야한다. 식물성 우유로 대체할 경우에도 추가 요금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는 비건·친환경·건강 트렌드를 강조하고 있지만, 식물성 음료인 오트밀크로 대체할 경우 600원을 추가 지불해야한다.
이원복 한국채식연합 대표는 비건 상품의 가격 장벽에 대해서 "비건 제품의 경우 친환경 원료로 만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가격 경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며 "비건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기성품들처럼 규모의 경제(생산 규모가 커질수록 제품의 단위당 비용이 낮아지는 것)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비싼 건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지만, 기업은 가격에 대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며 "아무런 이유 없이 비건 제품에 세금처럼 비용이 붙는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미 해외에서는 비거니즘 선택에 추가 비용을 물게 하는 '비건 택스'에 대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 배우 제임스 크롬웰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접착제 바른 손을 카운터에 붙이는 시위를 전개했는데, 그는 스타벅스가 식물성 음료 대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미국 도시에 따라 두유, 코코넛, 아몬드, 귀리 우유 등 유제품 대체 음료에 최대 80센트를 추가 청구한다. 이와 관련 크롬웰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실제 대체 음료) 비용의 10배 이상을 청구하는 것"이라며 "수익성 때문에 부당한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또 이 정책이 낙농장에서 횡행하는 동물학대 문제를 방관하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면서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인 선택을 하는 것을 꺼리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유리 "억울하다" 했지만…남편 안성현, '코인상장뒷돈' 실형 위기 - 아시아경제
- "결혼해도 물장사할거야?"…카페하는 여친에 비수꽂은 남친 어머니 - 아시아경제
- "37억 신혼집 해줬는데 불륜에 공금 유용"…트리플스타 전 부인 폭로 - 아시아경제
- "밤마다 희생자들 귀신 나타나"…교도관이 전한 '살인마' 유영철 근황 - 아시아경제
- '814억 사기' 한국 걸그룹 출신 태국 유튜버…도피 2년만에 덜미 - 아시아경제
- "일본인 패주고 싶다" 日 여배우, 자국서 십자포화 맞자 결국 - 아시아경제
- "전우들 시체 밑에서 살았다"…유일한 생존 北 병사 추정 영상 확산 - 아시아경제
- "머스크, 빈말 아니었네"…김예지, 국내 첫 테슬라 앰배서더 선정 - 아시아경제
- "고3 제자와 외도안했다"는 아내…꽁초까지 주워 DNA 검사한 남편 - 아시아경제
- "가자, 중국인!"…이강인에 인종차별 PSG팬 '영구 강퇴'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