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케의 눈물 ㉑] 작업 지시한 포스코, 하청근로자 직고용.."소통방식 바뀔 것"
법조계 "원·하청간 의사소통 통해 하청근로자 업무 지휘"
"포스코, 유사 사건시 재판 지연 전략 구사 가능"
"유사 소송도 동일 결과..원청이 뒤에서 하청에 직접 지시 달라질 듯"
원청으로부터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받고, 업무성과에 의한 가선점이 아닌 원청의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가 있을 때마다 점수를 차감 받았다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는 원청에게 직접 고용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지난 달 27일 포스코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 지시를 한 만큼, 사실상 근로자 파견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인 양씨 등은 2011년과 2016년 자신들이 포스코 소속 근로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청구했다. 포스코가 직접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작업을 지시하고 근로시간과 징계를 결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반면 포스코 측은 양씨 등이 계약기간의 종료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소송을 내 신의칙을 위반했다거나 권리를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포스코가 작업 지시한 것은 협력업체에 맡긴 업무의 특성상 당연한 내용으로 보이며, 지휘·감독권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양씨 등의 청구 기각했다.
반면 2심은 포스코가 협력업체 근로자들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포스코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해 사실상 근로자 파견계약 맺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포스코의 직원이라고 봤다. 포스코가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에 대해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해왔고, 크레인 운전에 필요한 인원수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했다는 취지다. 협력업체에 의한 평가도 업무성과에 따른 가산점을 주는 게 아닌, 포스코의 업무를 저해하는 행위가 있을 때마다 점수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고도 부연했다.
포스코 사내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 7건(근로자 933명) 가운데 대법원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조계는 재판부가 원·하청간 실질적인 의사소통 없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업무 지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에 이 같은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지영 변호사는 "(협력업체가) 가동하는 시스템도 원청과 똑같은 만큼 이번 사안도 협력업체가 실제 하나의 부서처럼 작동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실질적으로 (포스코가) 하청업체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휘·감독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대법원이 최종 판단한 이상 포스코가 추가 소송을 하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대법원 판결에서 법률 규정에 대한 문제가 있을 경우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에선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있을 때, 재판을 지연해 정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번 소송으로 인해 원·하청간 소통방식이 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광훈 노무사는 "포스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소송 제기로 인해 (유사한) 다른 소송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이처럼 (하청이 중간에서 원청의 역할을 대행하는) 소통하는 방식이 쉽사리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김 노무사는 "지금처럼 (원청이 뒤에서 하청에게) 직접 지시하는 방식의 소통방법은 바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노무사는 포스코 측이 주장한 신의칙 위반에 대해 "회사 측에서 늘상 해왔던 주장이다. 이 사건은 2012년에 첫 소송이 제기됐는데, 20~30년이 지난 사건이 아니기에 재판부에서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업계 구조상 원청과 하청의 업무가 분리될 수가 없는 만큼, 하청업체가 직접 자사 소속 근로자들을 지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애초 사측의 주장은 불가능한 얘기였다.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포스코는 10년 이상 소송을 이어가며) 노동자들이 제 풀에 지치도록 만드는 방식을 쓰려고 했다"며 "정규직을 직접 고용해 (원청 노동자와) 동일한 업무에 배치돼서 일하도록 재편성하는 것을 끝까지 막으려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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