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2년, '악법' 논란 속 실제 효과 있었나[알기쉬운 경제]

김형준 2022. 8.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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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망원동 빌라 일대.   사진=김형준 기자

임대차 관련 법안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습니다. 법안은 지난 2020년 8월 도입 이후 ‘악법’이라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는데요. 최근 개편 예고와 함께 법안이 비판을 받게 된 이유와 실제 효과 등을 되짚어보겠습니다.

임대차 2법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입니다. 우선 각 법안의 취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전월세상한제는 세입자들의 전월세 가격이 너무 높게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제정됐습니다. 재계약시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 계약의 5% 이내로 제한해 갑작스러운 전월세 가격 인상으로부터 세입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는데요. 

이와 함께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는 세입자가 전월세로 2년을 거주한 뒤 계약을 갱신해 추가로 2년을 더 거주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제도입니다. 세입자들이 2년마다 이주를 할 새 집을 찾아보는 수고를 덜어주고 4년 동안 같은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취지만 놓고 보면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현실은 이상과 다르다는 점이 문제였는데요. 세입자 권리 보장에 치중한 반면 집주인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집주인 입장에서 보았을 때 한 번 세입자를 받으면 최소 1회 이상 재계약을 해줘야하고 임대료도 5% 넘게 올리지 못하게 됩니다. 일단 한 번 계약을 할 경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된 집주인들은 결국 첫 계약 시 임대료를 최대한 많이 받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실제 수치로 살펴볼까요. KB국민은행 통계 자료 조회 결과 지난 2년 동안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은 4억9922만원에서 6억7788만원으로 1억7866만원 상승해 35.79% 가량 급등했습니다. 세입자 부담을 완화한다는 기존 취지가 무색하게 가격이 폭등해 버린 것이죠.

이처럼 불어난 전세 가격에 세입자들은 신규 계약을 포기하고 월세로 눈을 돌렸는데요.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전세 거래량은 17만5017건으로 2년 전 대비 6507건 감소하고 월세 거래량은 12만3621건으로 3만9026건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법안이 기존 취지에 맞게 긍정적으로 작용된 부분은 아예 없었을까요. 세입자 권리 보장을 아예 못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한번 계약을 할 경우 2년 후에 바로 내쫓겨 이사를 가야 할 경우를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현재 은평구에서 전세살이중인 A씨는 “임대차 관련 법안 시행 이전 계약을 했었는데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다시 같은 집에 살 수 있게 됐다”며 “당장 이사를 갈 필요가 없어져 수고를 덜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임대됐던 물량만 가격 인상이 억제돼 신규 세입자가 아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경우만 이득을 본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급등한 전세 가격과 전세의 월세화 현상에 대해 정부는 임대차 2법을 ‘악법’으로 규정하고 전면 개편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공동으로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제도 손질에 착수했는데요. 

다만 무리한 개편을 지양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2년 전 법안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갑작스럽게 도입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인데요.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당장 갱신 계약을 앞둔 경우 법안 폐지나 개선에 대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안의 실효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을 확인할 수 있는 통계를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도 “무조건 법안을 폐지하는 것보다 기존 취지에 맞도록 수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세입자 권리 보장도 중요하지만 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형준 기자 khj011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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