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와 휴머(휴머니즘)'의 사진가 김녕만 [쿠키인터뷰]

곽경근 2022. 8. 2.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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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사진상 수상 김녕만 사진가를 만나다"

-제20회 동강사진상 수상
-전시장서 만난 출판계·사진계 거장
-제3전시실서 ‘시간을 품다’ 126점 전시
-사진이라는 언어 통해 아름다운 시어 표현
-시간이 지나면 사진도 발효되고 숙성 돼
김녕만(사진 좌측) 작가가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김 작가의 사진은 솔직하고 정직하다. 그는 사진의 질서를 잘 잡아 놓아서 평소에 무심히 보았던 사진들도 새롭게 정리된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거장의 만남
“김녕만 작가는 유의미한 것과 무의미한 것 중에서 가장 유의미한 것들을 사진으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이야기꾼이다. 그의 사진은 언제 바라봐도 나에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지난 달 28일, 동강국제사진제가 열리고 있는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소재 동강사진박물관 전시실에서 출판계와 사진계 두 거장이 만났다.
멀리 강릉에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방문한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열화당 대표‧82)과 동강사진상 수상자인 김녕만(73) 작가이다.
김녕만 작가 작품이 전시 중인 동강사진박물관 제3전시실/전시장에는 김 작가의 126점 작품이 이어져 긴 서사가 흐른다.

올해로 20회를 맞은 동강국제사진제는 국내외 사진작가와 강원도 영월군 지역민, 사진 애호가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 대표 사진 축제다. 특히 동강사진박물관 제3전시실에서는 국내 사진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2022 동강사진상(DongGang Photography Award 2022)’ 수상자 김녕만 작가의 작품 ‘시간을 품다.’ 126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동강사진상 수상자인 김녕만(사진 좌측) 사진가가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작가로부터 자신의 작품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을 듣던 이 이사장은 “그 당시 장면을 정확히 기억하는데다가 구수한 말솜씨가 더해지니 사진을 감상하는 재미가 배가 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을 감상했다”며  흐믓해했다. 
서울(1985) 윤세영 월간 사진예술 편집주간은 “그의 사진 언어는 사실적이면서 서정적이고, 직접적이지만 은유적이고 또한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여유를 찾아내는 해학이 깃들어 있다.”면서 “가난한 서민들의 생활 속에서든 격렬한 시위 현장에서든 혹은 엄혹한 분단의 현장이나 근엄한 권력자 앞에서든 그의 고유한 특성이 발휘되어 김녕만의 독창적인 사진을 만들어왔다.”고 평했다.

또한 이 이사장은 “김녕만 선생은 말이 살아 있는 분이에요, 우선 말이라는 게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게 말로 나오거든요, 사람은 언어의 동물”이라며 “자기의 생각을 사진이라는 언어를 통해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민주(1989)

전시장에 함께한 윤세영(65) 월간 사진예술 편집주간은 “김녕만은 스트레이트한 정통사진의 맥을 잇고 있지만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작가의 해석을 거친 독자성을 갖는다. 즉, 그의 시선이 가리키는 것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실이 합의하는 상징성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현장을 프레이밍 하는데 있어서 슬쩍 어떤 단서를 제공하곤 하는데, 이를 실마리로 삼아 더 깊은 내러티브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또한 이 단서들은 때로는 생뚱맞고 엉뚱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향(1972)

사진 관람을 마친 이기웅 파주출판도시 명예이사장은 “사실 말이라고 하는 건 여러 가지 형태인데 그 하고 싶은 말들을 김 작가는 아주 적절하게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통해 구현해낸다.”면서 “그는 사진을 통해 독특한 자신만의 말의 질서를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작품에 대해 평했다.
“우리 집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의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인용해  “나의 주변을 열심히 사진 찍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한 페이지가 기록되었다”고 김녕만 작가는 말한다.

김녕만 작가는 불원천리(不遠千里) 찾아준 이기웅 열화당 대표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고향(1974)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고향(1976)

작가의 사진 생각
내 고향이 전북 고창이다. 어렸을 적 장날 시장에 가면 장 한복판에서 ‘심청가’,‘놀부가’ 등 늘 판소리가 들렸다. 어린 눈으로 고향사람들이 억척스러운 삶 속에서도 때로는 흥이 넘치고 밝게 사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고 차곡차곡 마음에 담았다. 그런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나의 사진작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내 사진에는 ‘유머와 휴머(휴머니즘)’가 가득 담겨 있다고 말한다.
고향(1979)

“내 삶이 사진이고 사진이 곧 내 삶이었다.”
스승인 이명동 선생은 “사진가는 작은 것을 크게도 보고 큰 것을 작게도 볼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하다. 사진기자는 저널리스트+아티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늘 마음 판에 새기며 사진 작업을 했다.
고향(1991)

“시간이 지나면 사진도 발효가 되고 숙성이 되는 것 같다.”
제 사진을 볼 때 한 장 한 장의 의미보다는 한 시대를 김녕만이 어떤 시선으로 응시했는지, 저의 시각에서 바라봐 주면 한 장의 흑백사진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1987)

김 작가는“그동안 솔직히 쫓기 듯 사진을 많이 찍었다. 이제는 나이도 들었다. 삶에 여유를 가지고 관조하면서 좀 더 깊이 있는 사진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동강국제사진제는 우리나라 최초 국제 사진교류전이다. 동강국제사진제의 영향을 받아 부산과 전주, 평택 등 국내 많은 국제 사진 축제가 생겨났다”면서 “과분한 상을 받았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우리의 삶을 진솔하게 카메라에 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월22일, 김녕만 작가가 동강사진상 수상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김녕만 작가는
김녕만 작가는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했다. 1978년부터 2001년까지 동아일보 사진기자로 재직하며 판문점 출입기자, 청와대 출입 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그는 격동기 한국사회를 특유의 위트와 풍자가 섞인 독창적 시각으로 사진기록을 충실하게 이어온 사진가이다.
서울(1977)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 상명대 겸임교수를 역임하며 한국 사진문화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왔다. 동강사진마을 운영위원,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 등을 맡아 한국사진이 제도적으로 안착하는 데도 공헌했다.
민주(1991)

또 고향(1981년), 판문점(1993년), 광주 그날(1994년), 시대의 기억(2013년), 대통령이 된 사람들(2022년) 등 12권의 사진집과 사진 산문집 ‘대통령이 뭐길래’를 펴냈다. 2003년 서울시문화상, 2005년 제21회 일본 히가시카와 국제사진페스티벌에서 해외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20여 차례 개인전도 열었다. 동강사진제는 10월 9일까지 열린다.

영월=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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