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3일 대만 총통 면담"..중국 군사적 도발 불가피 전망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3일 대만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을 높여 역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미·중 갈등이 최악의 수준으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전 의장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등 안보팀 고위 관리를 보내 대만 방문의 위험성을 설명했지만, 펠로시 의장은 방문 강행을 결정했다고 FT는 전했다.
대만 방송인 TVBS도 “펠로시 의장이 2일 저녁 대만을 방문하고, 이튿날 차이잉원 총통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소식통을 인용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보도하며 “대만에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활동가 그룹을 만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의회 차원의 결정임을 강조하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대만 방문 가능성은 전적으로 그(펠로시 의장)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결정해 중국이 위기를 조성하거나 긴장을 고조시키려 한다면 그것도 전적으로 중국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펠로시 의장이) 방문을 결정하더라도,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고 어떤 긴장 고조에도 관여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정례 브리핑에서 “하원의장은 대만을 방문할 권리가 있다. 의회는 정부의 독립적인 갈래이며 의장 스스로가 (방문) 결정을 내리리라는 점을 처음부터 명확히 해 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의 ‘하나의 중국 정책’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떤 측으로부터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도 반대한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해왔다”며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안 간의 차이가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우리는 이 문제를 중국과 가장 높은 급에서 소통해 왔다”며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 합참의장급에서도 논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역내 긴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커비 조정관은 “중국은 단기 및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조처를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잠재적 조치로는 대만 해협 내에 대만 밖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 군사적 도발이나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대규모로 항공기가 진입하는 작전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만해협이 국제 수로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은 허위 법적 주장을 하는 등 외교·경제적 공간에서의 조치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미끼를 물거나 무력 과시에 동참하지 않겠지만 동시에 우리는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서부 태평양 바다와 상공에서 수십 년간 해온 대로 작전을 계속하고 대만과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미군은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준비해 왔다. 중국이 항공기를 격추할 것이라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지만 그가 탄 비행기를 납치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군이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해 개입해야 해서 위험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기업연구소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이번 일이 단일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더 많은 조처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중국이 궁극적으로 대만을 합병하는 데 필요한 구실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가을 3연임 연장 여부가 결정되는 당 대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긴장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시 주석은 가을 중요한 당 대회를 앞두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나약해 보여서는 안 되는 시기에 그의 결의를 시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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