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野. '강제북송' 공방.."사법 자제" 목소리도

강현태 2022. 8. 2. 04: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자유의사가 결정 기준"
민주당 "韓이 살인범 도피처인가"
윤재옥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이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21대 국회 하반기 상임위원회가 본격 활동을 개시한 가운데 1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첫 회의에선 지난 2019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흉악범을 수용해야 하느냐"는 '결과적 타당성'을 거듭 강조했다면, 정부 측은 헌법·국제법 등을 근거로 '과정의 정당성' 문제를 지속 제기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탈북어민의 강제북송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이라며 "이들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다. 특히 우리 영역으로 넘어온 이상 북송 시 이들이 받게 될 피해를 고려하면 당연히 받아들였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와 '본국으로 송환됐을 때 고문·학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면 본국으로 송환해선 안 된다'는 '농 르풀르망(non-refoulement)' 원칙 등을 고려해 우리 국민으로 수용했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권 장관은 "우리 영역에 들어온 북한 주민의 송환 또는 귀순을 결정하는 기준은 '자유의사'"라며 "당시 송환은 자유의사에 반하는 송환이었다"고도 했다. 탈북어민들이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작성한 것은 물론, 판문점 인계 당시 북송을 거부하는 행동까지 보였다는 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북송된 탈북어민들이 "살인하고 도망친 도주범"이라며 "대한민국이 살인범 도피처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재정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흉악범일지라도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 자체가 '북한에서 어떤 범죄라도 저지르고 오라'는 시그널(신호)이 될 수 있다"며 "'우리 국민이 동의하는가'하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법·제도 정비 필요성 대두
정부·野…총론 '공감'·각론 '이견'

이날 회의에선 북한 주민 송환 관련 법·제도가 미비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출입국관리법상 송환 대상은 외국인만 가능하다"며 "(권 장관 견해에 따르면) 북한 주민은 외국인이 아니고 내국인이기 때문에 송환을 설명할 수 없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귀순의사가 없다 해도 돌려보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헌법 3조에 근거해 모든 북한 주민을 우리 국민으로 간주할 경우, 송환 자체가 법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살펴볼 것은 입법 공백과 미비"라며 "구체적으로 상정할 수는 없지만, (귀순)의사만이 아니라 국가의 안전과 사회질서를 비춰볼 때 도저히 (우리 국민으로)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송환 사유·절차·방식·심사에는 투명성·공정성이 담겨야한다. 이런 것들이 입법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역시 입법 미비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법·제도 정비를 추진하겠다"며 △탈북민 보호절차 명확화 △비보호 탈북민 관리 강화 등을 언급했다. 다만 관련 사안은 '귀순의사가 있다면 무조건 수용해야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이 의원 견해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권 장관은 "귀순의사 표시가 있으면 무조건 수용했었는데 그때만 안 했던 것"이라며 "그게 이례적인 것이고 지금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조금 소란스럽더라도 정상화를 위해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책 타당성 따질 수 있으나
곧바로 적법·불법 잣대
들이대는 것은 지혜롭지 않아"


이 의원은 북한 주민 수용 여부를 '통치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며 "사법심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귀순의사를 표했을 때 귀순의사만 가지고 (우리 국민으로) 받아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는 (결국) 우리 정부의 총괄적인 정책"이라며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기 때문에 사법심사는 가능하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다음 정부가 (통치행위에 대해) 또 형사적 잣대를 들이대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반복되는 국론분열과 소모적 논쟁만 펼쳐지는 것이다. 국가 이익에 무슨 도움 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들은 고도의 정치적 문제나 통치행위에 대해 사법심사를 자제하고 있지 않느냐"며 "정책의 타당성 여부는 따질 수 있지만 곧바로 적법·불법·범법 행위라고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 충언으로 드리는 말씀"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권 장관은 "이 의원 말씀을 잘 새기겠다"고 화답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