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정책도 복습이 먼저다

정승훈 2022. 8. 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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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고교생 일탈이 잇따라 보도됐다.

전혀 다른 내용의 사건이었지만 고교 교육과 입시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광주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해킹 및 시험지 유출 사건의 당사자 2명 중 한 명은 전교 7등을 하는 우등생이었다고 한다.

대입에 필요한 내신 성적을 어떡하든 얻으려는 욕망이 고교생들의 의식 속에 내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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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지난주 고교생 일탈이 잇따라 보도됐다. 전혀 다른 내용의 사건이었지만 고교 교육과 입시제도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다.

광주의 한 고교에서 벌어진 해킹 및 시험지 유출 사건의 당사자 2명 중 한 명은 전교 7등을 하는 우등생이었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꿈처럼 여기는 ‘내신 성적 1등급’인데도 그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용서받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대입에 필요한 내신 성적을 어떡하든 얻으려는 욕망이 고교생들의 의식 속에 내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부적절한 관계로 부각된 대구의 한 고교 기간제 교사와 학생의 사건에서도 학생들의 부담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기간제 교사와 학생이 나눈 대화로 보도된 내용에는 학생이 “생활기록부에 수업 태도 좋다고 써 달라. 나 취업해야 돼”라고 얘기하는 부분이 있다. 생활기록부 내용이 입시는 물론 취업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사실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이른바 ‘조국 사태’로 비롯된 대입 수시모집의 공정성 논란은 문재인정부의 주된 교육정책 방향이었던 수시 확대 기조를 흔들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뜻에 따르겠다며 수백명이 참여한 대입 개편 공론화위원회에 의견을 물었으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자 결국 정시 비율 30% 이상이라는 어정쩡한 수치를 대학에 제시하는 선에서 미봉했다.

이 사태의 여파가 정권 창출의 큰 동력이었던 만큼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정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정부 국정과제에서 정시 확대는 빠졌다. 공약 기조대로 정시 비율을 40% 이상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스럽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제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시 확대는 수능 위주의 사교육 시장을 더 키울 가능성이 커 공교육 정상화에 배치되는 정책이다. 지방대의 생존에도 매우 불리하다. 단순히 경쟁력 떨어지는 지방대 몇 곳의 존폐 문제가 아니라 균형 발전 등 전체 국가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고민할 지점이 많다.

윤 대통령의 교육 분야 공약이었다가 국정과제 선정에서 빠진 항목에는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 존치’도 있다. 전 정부가 폐지를 추진했던 자사고에 대해 윤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존치시킨다고 공약했지만 국정과제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다. ‘다양한 학교 유형을 마련하는 고교 체제 개편 검토’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전 정부의 핵심 공약으로 2025년 전면 도입이 예정됐던 고교학점제는 고교 교육 및 입시제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 일선 학교에선 많은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윤석열정부는 아직 말이 없다. 전 정부의 로드맵을 유지할 것인지 시행 시기를 늦출 것인지, 아니면 아예 폐기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는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모든 힘을 쏟아도 할 수 있을까 싶은 중차대한 과제들이 수두룩한데 갑자기 교육부는 업무보고에서 학제 개편을 들고나왔다. 이명박정부 당시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저출산 대응 전략’의 하나로 추진했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판박이다.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취지도 같다. 전날 수업에서 교사가 내준 과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겠다며 설레발을 치는 고등학생을 보는 듯하다. 아니 전날 수업 복습은 하지 않으면서 유치원 시절 배웠던 걸 복습해야 한다며 10여년 전 유치원 교과서를 들고나온 고등학생이라고 해야 하나.

정승훈 디지털뉴스센터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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