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개편방안

2022. 8. 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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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정부가 지난주 공매도 개편안을 내놨으나 성난 개미투자자들을 달래기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사안의 본질을 모르는 건지 알면서 애써 외면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정부 대책을 보면 후자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대통령까지 나서자 정부가 대책 발표를 앞당겼지만, 개혁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논란이 된 한국투자증권 불법 공매도나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 사건이 터진 이유도 제도의 후진성에서 찾아야 한다. 제도부터 외(국)인과 기관에 유리하게 되어 있는 데다 불법이 적발되어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니 국내 주식시장을 우습게 보는 건 아닐까.

한국 시장이 외인 현금인출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 방법은 개인과 외인 및 기관 공매도에 대한 똑같은 조건을 제시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것밖에 없다. 외인과 기관의 주식 대차 담보비율은 105%부터 시작한다. 대차가 쉬울수록 비율이 낮고 어려울수록 높다. 반면 개인은 140%부터 시작해 외인의 상대적 특혜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주장이 많았다. 정부가 제시한 개인 공매도 담보율을 140%에서 120%로 조정하는 안은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 외인과 같아지지 않는 이상 서민층 소득세율 낮추듯 담보율을 낮추는 건 졸속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보와 자본력에서 개인은 외인과 기관에 상대가 안 된다. 게다가 공매도 비율이 1%에 불과한 개인이 80%, 19%를 차지하는 외인, 기관과 싸우는 건 다윗과 골리앗이 싸우는 격이다. 따라서 개인 담보율을 낮출 게 아니라 미국처럼 외인 기관의 담보율을 높여서 기울기를 아예 없애자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측은 개인 담보율을 낮추면 빚내서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걱정한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당국은 외인의 사실상 무제한 상환 기간에 대한 시정 요구에 대해서도 국제관례를 들어 묵살할 게 아니라 이로부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확대로는 현재의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 공매도 폐지 또는 한시적 금지 주장이 끊이지 않는데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더라도 제도는 유지해야 한다. 과열을 적절히 식히는 순기능이 없으면 시장은 더 위험해진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자본시장이 개방된 국가다. 공매도를 완전히 폐지하면 외국인들이 한국 투자를 철회하게 되면서 국내 기업 주가는 더 하락하게 된다. 코로나 위기에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공매도가 전면 허용됨으로 충분히 하락 후 다시 반등하는 것이 선진국 시장이다. 공적 약속인 제도와 규정을 일방 폐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이 현행 공매도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건 이해되지만 ‘공매도 개편=주가 상승’이라는 도식적 사고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공매도가 많은 종목은 여러 이유로 급등한 종목에서 많이 발생한다. 특히 주가 하락 시에는 집중적으로 공매도가 증가하는데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국내 주식 투자의 30%를 차지하는 외인들은 공매도만 하는 것처럼 오해받지만 대다수는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10년 이상 장기 투자한다. 개인투자자들도 시가총액 1위 기업 등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삼성전자 애플 등 우량주에 투자하면 과도한 공매도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량주는 공매도로 떨어지더라도 저렴하게 살 기회가 온다. 서울의 한 교수는 급여 20%를 시총 1위 기업에만 40년간 투자해 1조원을 모아 화제가 됐다. 반면 실적 없이 과도하게 오른 주식은 개미투자자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외인 공매도의 타깃이 된다. 이는 공매도 개편과 무관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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