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비장애인 동행.. 교회가 '봄날의 햇살' 됐으면

신지호 2022. 8. 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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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함께] 드라마 속 '우영우'를 보는 장애인 사역자들의 바람
코로나19 이전 서울 도봉구 염광교회 피어라희망 카페에서 일했던 발달장애인들의 모습. 국민일보DB


‘느려도 함께, 함께 희망을.’ 서울 도봉구 염광교회(황성은 목사) 1층 ‘피어라 희망’ 카페에 걸려 있는 문구다. 코로나19로 지금은 잠시 중단됐지만 이곳은 발달장애를 겪는 장애인들을 고용해 바리스타계의 ‘우영우’를 양성하는 곳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오전·오후 한 조로 나눠 매일 4시간 넘게 일하며 예절 위생 음료 분야의 교육을 받고 성경 필사도 진행했다고 한다.

염광교회는 지난 2008년 장애인에게 전문적 돌봄과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피어라희망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성인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복지 재활 사업에 주력하다 2013년 ‘피어라 희망 협동조합’을 만든 이후 장애인을 위한 직업 재활 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와 베이커리, 농장 등 3개 사업장에는 코로나 직전까지 20명 넘는 발달장애인이 최저시급 이상의 임금을 받으며 근무했었다.

교회에서 장애인 부서를 맡고 있는 곽호 목사는 1일 “교회는 장애인에게 가장 문턱이 낮은 곳이 돼야 한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예배와 성찬 의식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서로 도우며 함께 차별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영우 판타지를 현실로 만드는 방법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가 다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등장인물과 소통하는 장면. ENA 제공

최근 장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우영우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적 편견과 부조리에 맞서 진정한 변호사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자극적 소재 없이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진다. 인기 비결 중 하나는 드라마에서 제기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행’이다. 드라마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이고,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주변 인물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하지만 드라마 인기를 마냥 환영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이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재준’군의 엄마이자 유튜브 채널 ‘동주C’를 운영하는 이동주씨는 “진짜 자폐인을 본다면 사람들이 우영우와의 괴리감을 어떻게 생각할지 우려된다”며 “부모인 나도 장애인 친구가 막상 없는데 내 자식이 그런 네트워크가 생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우영우’를 오히려 만평 소재로 활용하며 “우영우를 공감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하면서 출근길 장애인에겐 비난과 조롱, 욕설을 퍼붓는다”고 목소리를 냈다. 장애인들과 그 가족이 비장애인들과 연대하며 살아가기 쉽지 않은 것이다.

장애인복지선교협의회장 이계윤 목사는 “드라마는 판타지이고 드라마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드라마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용기가 필요하며, 우영우를 둘러싼 관계를 조명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에서는 우영우를 도와주는 친구, 동료, 가족 등 다양한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우영우가 존재할 수 있다.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서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이웃이 돼주고 함께 협력하는 네트워크가 국가적, 정책적으로 만들어진다면 우영우는 단지 ‘판타지’가 아니라 실제로 많은 장애인에게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목사는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돕는 네트워크의 해법으로 ‘교회’를 제시했다. 그는 “일반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네트워크를 갖기란 쉽지 않지만 교회는 그 자체가 네트워크이자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지지망들을 더 적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네트워크

서울 마포구 너와나의교회 예배 시간에 비장애인의 도움으로 장애인 성도가 찬양을 드리는 모습. 국민일보DB

실제로 서울 마포구 너와나의교회(류흥주 목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를 추구한다. 주일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교인 10여명이 함께 예배를 드리고 주중에 장애인들은 류흥주 목사가 설립한 ‘라이프라인 장애인자립진흥회’에서 직업 교육을 받는다. 류 목사 자신도 중증 뇌병변장애와 청각장애를 안고 살아가며 거동이 불편한 드라마 속 ‘우영우’이지만, 주일마다 교회에서 말씀을 전하고 주중에는 장애인들이 현실을 살아가도록 도우며 또 다른 ‘우영우’들을 돕고 있다.

라이프라인 장애인자립진흥회에서 일하다 류 목사의 도움으로 서울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회 청년회장 김혜진씨는 “목사님 가르침이 위로를 주고 도전 의식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이 교회 황종순 권사는 “비장애인으로서 장애인과 함께하는 예배에 참여하는 게 봉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모두 같은 성도로서 예배를 함께 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한동안 장애인 인권운동가로도 활동했던 류 목사는 교회가 모두에게 열려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교회에 와서 주님도 만나고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교회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회가 장애, 비장애인 성도 구분을 넘어 예배공동체와 사회공동체가 합쳐진 만남의 공동체가 되길 바랍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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