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가을인가' 작곡 나운영 탄생 100년, 8090 제자들이 올린 헌정곡

2022. 8. 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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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나운영은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작곡기법으로 한국 현대 음악을 일궜다. [사진 나운영기념사업회]

폭염 속에서 선선한 계절에 어울리는 노래를 떠올려본다. 가곡 ‘아 가을인가’, 동요 ‘구두발자국’. 모두 작곡가 나운영(1922~1993)의 작품이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나운영은 서울에서 4남 1녀 중 넷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국악에 조예가 깊었던 생물학자였다. 사랑방에서 부친과 동호인들이 합주하는 영산회상이나 제례악을 들었고 다섯 살 때부터 양금을 배웠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여읜 나운영은 유품 중에 축음기와 SP판을 발견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소릿골이 닳도록 들으며 클래식 음악에 눈을 떴다.

작곡가의 길은 17세 때 시작됐다. 동아일보 신춘문예 작곡부문에 가곡 ‘가려나’(김안서 시)가 당선되면서부터다. 일본으로 유학 간 나운영은 도쿄 고등음악학교 본과에 입학, 모로이 사부로에게 배운다. 백남준·김순남 등 한국인 제자를 둔 스승은 독일에서 수학한 당대 일본 최고 작곡가였다.

“네 나라의 민족음악을 만들어내라”는 스승의 충고로 민족음악에 눈 뜬 나운영은 한편으로는 버르토크·스트라빈스키·힌데미트 등 동시대 작곡가들에게 매료됐다. 나운영을 상징하는 모토는 ‘선(先) 토착화 후(後) 현대화’다. 한국 민속음악언어의 토대 위에, 학습으로 익힌 서양음악언어로 시대성에 맞는 창조적 현대적 감각의 음악을 만들자는 지론이다. 그렇게 민속음악에 뿌리를 둔 작곡기법으로 한국 현대음악을 일궜다.

태평양 전쟁으로 일본에서 귀국한 나운영은 양금을 배우며 첼리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43년 채동선 4중주단, 1944년 경성후생악단, 1945~1950년 올포이스 4중주단에서 첼로를 연주했다. 1946년 조선음악가협회 주최 ‘우리작품 발표음악회’에서 자작 첼로 소나타를 발표했다.

나운영은 연세대 작곡과 교수와 음악대학 학장을 역임한 음악 교육자이기도 했다. 덕성여대에 한국 최초로 국악과를 창설했고, 1947년 문교부 초대 음악편수관에 취임해 대한민국 최초로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를 편찬했다. 직접 작곡한 동요 ‘금강산’ ‘구두발자국’ ‘흥부 놀부’ ‘쾌지나 칭칭’ 등을 교과서에 넣었다.

음악 이론서 열 권과 음악 수상록 네 권을 저술한 나운영은 일반인 대상 강좌로 음악 감상의 저변을 넓혔다. 1955년에는 기독교방송에서 12회에 걸쳐 국악감상 해설을 했고, 1953년부터 1962년까지 매주 수요일 현대음악 레코드 감상회를 개최해 동시대 음악의 감각을 알렸다. 교향곡 13곡, 협주곡 6곡, 관현악곡 1곡, 오페라 1곡, 동요 200여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외 한국 찬송가 1105곡 등을 남긴 나운영의 창작은 삶을 마감할 때까지 계속됐다.

3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나운영 탄생 100주년 기념음악회’에서는 이니스 앙상블, 오미선(소프라노), 신상근(테너), 이태정·박소현(바이올린), 배기정·이현지(첼로), 김연경·이윤희(피아노)가 나운영의 대표작들을 연주한다. 제자 나인용(86) 연세대 명예교수의 헌정작 ‘달밤 주제에 의한 로망스’와 작곡가 이영자(91) 전 이화여대 교수의 헌정작 ‘아름다운 헌정’이 피아니스트 김문정의 연주로 소개된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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