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상황에 동의" 국민의힘 의총, 비대위 전환 결론

심새롬, 손국희 2022. 8. 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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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에 초유의 지도부 붕괴 사태를 맞은 집권당이 1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로 전환하기로 뜻을 모으고 사실상 추인했다. 이날 의총엔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89명이 참여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당헌 96조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대위를 둔다’는 대목과 관련해 현재 당이 비상 상황이라고 보는지 의원들의 의견을 모았다”며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반대 입장을 밝힌 이는 초선 김웅 의원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비대위 구성 권한은 의총이 아니라 당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원회에 있다. 최고위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을 의결하면 두 위원회가 차례로 비대위 구성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구조다. 상임전국위원은 40여 명이고, 전국위원은 600명 이상이다. 이처럼 의총이 비대위 전환 결정권을 가지지 못해도 의원 절대 다수가 동의한 만큼 비대위 전환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형수 당 원내대변인은 “추후 전국위를 통해 당헌당규를 해석하고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추인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당 대표 직무대행직을 내놓은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총장에서 “당이 비상 상황에 직면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정상적인 당무 심의·의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총 전 초·재선, 3선 이상 중진과 릴레이 간담회를 했고 혼란을 극복할 현실적 방법은 비대위 전환이라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89명 참석한 여당 의총, 1명 빼고는 ‘비상 상황’ 의견 모아

당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현재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다수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김성룡 기자

이날 의총에는 친윤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도 참석했다. 장 의원은 “의총에서 이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는 것을 확정했다”며 “특별한 것(반대) 없이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 측이 비대위에 반대하고 있어 진통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이날 오전 권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의 간담회가 불발됐다. 성일종 정책위의장만 참석하고 비대위에 반대하는 친이준석계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은 불참했다. 정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핵관이 힘으로 비대위를 세게 밀어붙이는 것 같다. 이 대표를 내쫓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사퇴 선언을 한 최고위원들을 모아 사퇴는 했지만 아직 사퇴서는 안 냈으니 ‘최고위원들이 사퇴해 비상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표결하는 자체가 제가 1년간 경험해 온 논리의 수준”이라며 “그 와중에 (최고위원 간담회) 숫자 안 맞아 회의를 못 여는 건 양념 같은 것”이라고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비대위 구성 등을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친윤계는 단기 비대위를 거쳐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관리형 비대위가 아니라 돌파형 혁신 비대위가 돼야 한다”(조해진 의원)는 비윤계 반론도 있다. 이날 3선의 하태경 의원은 “비대위를 출범시키되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이 끝나는 시점에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정부도 적극적인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초선인 김미애 의원은 “비대위 체제로 가더라도 신속한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대통령도 특별감찰관과 검찰총장을 신속히 임명해 내부 부조리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권성동 책임론’도 여진이 이어졌다.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구시장은 “직무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것이 법리상 맞는 것”이라며 “왜 꼼수에 샛길로만 찾아가려고 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당 대표 직무대행을 하는 건데 원내대표는 유지하고 대표 직무대행을 내려놓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간 비대위가 출범해도 원내 사령탑을 그대로 유지한 사례는 적잖다. 여당의 경우 당무와 별개로 국회 상임위 등 입법 활동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커서다. 그런데도 권 원내대표 사퇴론까지 이어지는 건 당 내홍에 ‘윤핵관 그룹’의 책임이 크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하지만 친윤계는 ‘새 원내대표를 다시 뽑을 경우 비윤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원내대표 교체에 반대하는 기류다. 지난 4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원내대표와 2파전을 치렀던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힘 3선 이상 중진 중 친윤 성향의 원내대표 후보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지금이 정권 2~3년 차면 모를까, 출범 90일도 안 된 정부에서 대통령과 결이 다른 원내대표가 나오면 ‘제2의 유승민’ 꼴이 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15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 당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라고 공격받았다. 새누리당 몰락의 전조였다.

심새롬·손국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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