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사람 박노정, '행동하는 지식인'의 실천적 삶 보여"

윤성효 2022. 8. 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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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집 출판 기념 4주기 추모제" 열어 .. '대담' '추모공연'으로 고인 삶 조명

[윤성효 기자]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
ⓒ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
ⓒ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
 
"저는 2018년 7월 초나흗날, 선생님께서 황매산 기슭 배롱나무 사이로 날아오르는 걸 보았습니다. 4년이 흐른 오늘 저녁, 선생님께선 선생님을 많이 좋아하는 진주사람들이 모인 곳에 날아와 빙그레 웃고 계시군요.

추모집이 이승에 나왔는데, 선생님을 찾아뵙지도 못하고 수락산 아래, 혼자 선생님이 좋아하시던 황차 한 잔을 올리며 축하드립니다. 찻물에 댓잎새가 웁니다. 저도 웁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배롱나무 이파리엔 통증이 살지 않는다는 걸 저는 압니다. 그립습니다."

'진주(신문)가을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나온 유영금 시인이 지난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에 보낸 글이다.

김언희·주강홍·김태린·김지율·문은진 위원으로 구성된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는 시인·언론인·시민운동가·문화예술활동가로 사셨던 고 박노정(1950~2018) 선생 4주기를 맞아 추모집을 내고 추모제를 열었던 것이다.

이날 추모제는 청소년문화패 '한누리'의 여는 공연으로 시작되었고, 여태전 대전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대담과 공연으로 진행되었다. 경상국립대 시조 동아리 '터울' 회원으로 고인과 인연이 있는 여 교수는 "늦게나마 여러 뜻있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이 모여 추모집을 출간하고 추모제까지 마련하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옛 <진주신문> 기자를 지낸 김경현 행정안전부 과거사 관련업무지원단 전문위원은 "남강댐 보강공사에 따른 수몰지 보상" 등을 보도해 당시 발행·편집인이었던 박노정 선생과 검찰조사를 받았던 일화를 설명하면서 "언론인 박노정 선생은 결단력 있고,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진주성 의기사 안에 있던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미인도 논개 복사본>(일명 논개영정)을 강제로 뜯어내 박 선생과 함께 벌금형(총 4명, 각 500만원)을 선고받았던 류재수 전 진주시의원은 "벌금 처분이 부당하다며 납부를 거부해 1주일간 노역장에 유치됐는데, 박 선생과 같은 노역장을 사용하면서 더 가까워지게 됐다"며 "노역장에서 우리 사정을 들은 같은 방 사람들이 우리를 '독립투사'라고 칭하며 청소 등 모든 단체 활동에서 빼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진주신문가을문예' 운영·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조구호 경상국립대 연구교수는 "당시 여러 등단 공모전 심사가 불합리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진주가을문예는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가 진행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면서 "이는 기금을 출연한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과 운영위원장을 맡았던 박노정 선생이 신인 문학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제에서는 박 선생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시'가 불리어졌다. 박제광 가수(사천)는 <서시>와 <동지무렵>, 노래패 '맥박'은 <권력 최악>과 <이런 날이>를 불렀다.

황숙자·임재정 시인이 박 선생의 시 <동지무렵>과 <운주사>를 낭송했고, 김태린 춤꾼이 춤을 선보였다. 김언희 시인은 간행위원회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했다.

또 김장하 전 남성문화재단 이사장, 고승하 전 민예총 이사장, 정유근 진주시청 도시재생과장, 김지율 시인, 서은애 전 진주시의원, 이곤정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정종근 6·15진주운동본부 대표 등이 고인과 관련한 기억을 더듬어 말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원로인사 김정희 시조시인, 리영달 사진작가, 이용백 명성한약방 대표, 김유철 시인, 박현건 진주환경운동연합 의장, 이원근·김종회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천갑녕 서예가, 강호광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부장, 김륭 시인, 고인의 친구 이동근·김정이 씨 등 100여명이 함께 했다.

추모제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꽃'과 '글'을 보내 함께 한 인사들도 있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박노정 선생의 시민운동과 문화운동에 대한 한결같은 마음, 지역사회에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며 우리 모두의 가습 속에 오랫동안 기억되고 있습니다"며 "고인은 강직하고도 고결한 정신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실천적인 삶의 모습으로 진주시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왔습니다"라는 글을 보내왔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은 "박노정 선생은 한 사람의 훌륭한 시인이자 문화예술활동가셨고 앎을 삶으로 실천하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다 가신 언론인이자 시민운동가이셨습니다"며 "우리가 선생님의 지난 삶을 잊지 않고 오늘 이 순간도 추모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까닭입니다. 이번 추모집 발간이 선생님을 향한, 다양한 추모사업을 더욱 활성화하는 새로운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고 박노정 선생 4주기를 맞아 추모집 출판 기념 추모제 개최를 뜻깊게 생각한다"며 "의로운 시인 박노정 선생이 추모집 출판을 통해 진주시민이 영원히 기억하는 진주 대표시인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또 행사장에는 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과 한경호 경상국립대 총동창회장, 진주환경운동연합, 노동자자주기업 삼성교통, 여태훈 진주문고 대표,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부 등이 보내온 꽃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박노정 선생은 옛 <진주신문> 발행·편집인 겸 대표이사를 지냈고, 시집 <운주사> 등 4권을 펴냈으며, 남성문화재단 이사, 진주문화예술재단 이사, 진주문인협회장, 경남시인협회장, 경남문학관장, 진주가을문예운영위원장, 6·15진주시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 진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친일잔재청산을위한시민운동본부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고인은 2005년 5월 10일,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함께 의기사 안에 걸려 있었던 친일화가 김은호가 그린 '가짜 논개영정'인 "미인도 논개 복사본"을 강제로 뜯어냈고, 이를 계기로 진주시와 장수군이 '표준 논개영정' 제작에 들어가 전국 공모를 거쳐 윤여환 충남대 교수가 그린 그림이 표준영정으로 지정되었다.

<진주사람 박노정>은 한승원 작가, 김장하 이사장, 신경득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김륭 시인, 이상옥 시인 등 고인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 쓴 글이 실려 있다. 추모집 발간에는 고인의 친구인 윤철지 서경방송 회장을 비롯해 100여명이 후원했다.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
ⓒ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
ⓒ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
ⓒ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
  
 7월 30일 늦은 오후 진주 현장아트홀에서 열린 “<진주사람 박노정> 추모집 출간 기념 4주기 추모제”
ⓒ 진주사람박노정 추모집 간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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