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처방 병원 찾아 전화 30통"..휴일 먹통되는 코로나 원스톱 진료

어환희 2022. 8. 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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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사는 A(61)씨는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느꼈다. 60대인데다 기저 질환자인 A씨는 검사와 함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를 빨리 처방받고자 동네 인근 병원을 수소문했다. A씨가 사는 분당구와 인근 지역 원스톱 진료센터 30곳 넘게 알아봤지만, 이날 문을 연 곳은 2곳 뿐이었다. 그나마도 전화를 받은 의원에서는 “검사는 가능하지만, 먹는 치료제는 처방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약국 역시 인근 10곳 중 문 연 곳 1곳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휴일에는 처방전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느냐”고 문의했으나 약국 측은 “모른다. 처방전을 알아서 받아와야 약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A씨는 보건소와 지역 의료원은 아예 전화 연결조차 안 됐다고 말했다. 결국 만 하루를 그냥 보내고, 다음날인 1일 A씨는 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B(64)씨는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30일 고열, 인후통 등의 증상이 발생했다. 암 환자인 B씨는 코로나19 고위험군이다. B씨의 아들은 먹는 치료제 처방을 받기 위해 거주지 인근을 포함해 다른 구의 병원 50여곳에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코로나19 검사만 가능했다. 먹는 치료제 처방이 가능한 의료 기관은 못 찾아 결국 주말내내 감기약을 먹으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재유행 대응방안을 내놓으며 "위중증·사망 최소화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위험군의 빠른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겠다며, 검사·진료·처방이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진료기관을 7월 내에 1만 개소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위중증 환자의 80% 이상, 사망자의 85%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나오는데, 이들을 최대한 빨리 검사하고 먹는 치료제 처방 등을 서둘러 증상이 악화하는걸 막겠다는 취지다. 원스톱진료기관을 빨리 늘리기 위해 확진 환자에게 대면 진료를 할 경우, 의원급 기준 환자 1명당 1만2000원의 추가 수가를 얹어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17시 기준 전국 코로나19 원스톱진료기관은 8773개소로, 당초 목표치를 채우지 못했다. 게다가 원스톱진료기관 대부분이 동네 의원이다 보니, 주말에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되면서 골든 타임이 중요한 먹는 치료제 처방이 지체되고 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 대비하는데 관건은 고위험군의 빠른 진단-치료라 원스톱 진료센터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1차 의료기관 중심이 되다 보니 주말 대처가 쉽지 않다"라며 "주말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일부 의료기관이 먹는 치료제 처방을 꺼리는데 대해 이 관계자는 "일부 의원에선 병용금기약(함께 복용 금지 약물) 때문에 경구용 치료제 처방을 꺼리는데, 최대한 설득해 적극적인 처방을 유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1일부터 재택치료 모니터링 중단…고위험군 보호망 구멍 우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1일부터 고위험군 확진자에 대한 건강 모니터링을 중단한다. 대면 진료가 가능해진 상황에서 재택치료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분류하는 것에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현재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확진 시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해 격리 해제일까지 하루 1회 전화로 건강 모니터링을 받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달 13일 재유행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집중관리군 폐지에 대해 “대면 진료로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먹는 치료제를 신속하게 투여해서 고위험군의 중증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스톱진료센터 시스템만으로는 고위험군 보호망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보 접근성이 부족한 고령층이 스스로 인근 원스톱진료기관을 검색해 찾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많은 의료기관이 문을 닫는 주말이나 야간에는 위급한 상황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A씨, B씨 사례처럼 주말에 증상이 나타나 확진이 돼도, 먹는 치료제를 처방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 투약을 권고하고 있지만, 증상 발현 이후 약을 빨리 복용할수록 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보는 원스톱진료기관을 위주로 주말, 휴일도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도록 지역 별로 당직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1차 의료기관이라도 특별 수가를 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필요하고, 정부가 그렇게 운영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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