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10년+목회 10년, 다음은?..연예부 기자 출신 목사가 말하는 치유

최기영 2022. 8. 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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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기자에서 목회자로, 목회자에서 '치유'의 본질 전하는 잡지 발행인으로 인생 3막

스타들을 좇으며 10년간 대중들에게 가십을 전했던 연예부 기자는 목회자로서의 인생 2막을 열며 섬김이로 10년을 보냈다. 그리고 목양의 자리에서 건져 올린 고난과 회복의 경험을 바탕으로 치유의 이야기를 전하며 다음 10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최윤희 강북동성교회 목사가 1일 예배당에서 지난 6월 창간한 ‘치유’ 잡지를 든 채 미소 짓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처음 오시는 분들은 ‘예배는 어디서 드려요’라고 물어봐요. ‘여기요’라고 대답하면서 서로 웃지요. 간혹 ‘목사님은 어디 계세요’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있어요. ‘저에요’라고 대답하면서 또 웃어요.”

1일 찾은 서울 강북동성교회는 동네 공부방 같았다. 18㎡(약 6평) 남짓한 공간에 책장과 테이블, 의자 몇 개가 단출하게 놓인 곳이 최윤희(53) 담임목사의 보금자리였다. 그는 “코로나 펜데믹 때문에 멈추긴 했지만 실제로 목회를 이어가기 위해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한눈에 봐도 자립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목회 현장이었지만 최 목사에게선 현실적 어려움에 대한 자조보다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기대감의 출발점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는 대학 졸업 직후 한 매체의 연예부 기자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대중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연예인들의 일상에 접근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은 불특정 다수에게 주어지지 않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20대 나이에 차인표 안재욱 김정민 최민수 등 톱스타들을 만나 소식을 전하는 게 얼마나 신났겠어요. 대중에게 선망의 대상인 사람들과 ‘언니 오빠’하며 지내기도 하고요. 회의감 드는 순간이 없진 않았지만 그 특별함이 버티게 했죠.”

10년 차 연예부 기자 생활 끝에 독립해 한 매체의 편집장을 맡았지만 아쉽게도 이 결정으로 최 목사는 업계를 떠나게 됐다. 그는 “신생 매체를 궤도 위에 올려놓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재정이 어려워져 1년여 만에 일을 내려놔야 했다”고 회상했다.

어머니는 상심에 빠졌던 그를 데리고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으로 향했다. 기도굴에 들어가 기도한 지 3일째 되던 날, 방언 한 번 해본 적 없던 그는 신비한 체험을 했다. 새벽녘 기도굴 앞에서 바라본 하늘에 ‘목사’라는 글자가 흰 구름처럼 새겨지며 점점 커지는 것이었다.


신비한 체험은 결심으로 이어졌다. 감리교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전도사 생활을 하며 목회자로서의 길을 갈고 닦았다. 하지만 이내 위기가 찾아왔다. 5년간 암 투병을 하던 어머니 병세가 악화돼 결국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72세, 너무 젊은 나이였어요. 제가 설교문을 쓰면 편집장처럼 따끔하게 지적해주셨죠. 월요일마다 같이 미용실도 가고 나들이도 다니던, 친구 같고 자매 같은 분이었어요.”

5개월을 칩거하다 문득 ‘어머니가 천국에서 이 모습을 보면 기뻐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 다시 사역을 시작했고 2012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개척 목회는 곧 현실이었다. 찾아오는 이 없는 예배당을 지키는 나날이 이어졌다. ‘부흥’은 다른 세상 이야기로 느껴졌다. 최 목사는 “예배당에 홀로 앉아 있으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힐끔거리는 것 같고 매주 금요일이 되면 주일을 맞는 게 두려워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가 찾아왔고 지난해엔 아버지마저 별세했다. 10년 전 어머니와의 이별처럼 벼랑 끝에 내몰렸지만 이번엔 달랐다. 자신과 목회를 위해 치유상담연구원 과정을 이수했던 것이 버팀목이 돼줬다. 오히려 상처와 아픔이 어떤 과정을 거쳐 회복과 치유에 이르게 되는지 면밀히 되짚어 볼 기회가 됐다.

전에 없던 치유를 경험한 최 목사에게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 건 지난 1월 한세대 소식지 ‘회복’ 창간호 발간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당시 함께 작업했던 한 집사와 함께 ‘복음으로 삶을 어루만지는 잡지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하며 기독교 잡지를 창간하게 된 것이다. 10년간의 기자 생활과 10년간의 목회자 생활이 경험치로 오롯이 담긴 씨를 새로 뿌리게 된 셈이다.

잡지의 이름은 ‘치유’. 제목 그대로 사람, 삶, 세계관을 회복시켜나가는 글들이 담겼음을 뜻한다. 당초 16페이지짜리 타블로이드판을 구상했던 잡지는 5배 분량에 달하는 84페이지로 꽉 채워 지난 6월 창간호로 출간됐다.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의 저자 김영서 작가, 김동호(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목사, 찬양사역자 브라이언킴, 3개의 치유 칼럼 등 첫발을 내디딘 잡지로 볼 수 없을 만큼 알찬 콘텐츠가 채워졌다.


발행인 겸 편집장인 최 목사는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현실적인 장벽도 물론 느끼지만 ‘치유’ 잡지를 ‘치유 교회’, 기사는 설교라고 생각하며 미디어 목회로의 길을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싹을 틔운 창간호 ‘치유’의 표지엔 눈을 감은 채 옆으로 누운 한 여인과 그 여인의 어깨에 앉은 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몽환의 숲’ 시리즈로 주목받고 있는 김주영 작가의 작품이에요. 저에겐 치유가 필요한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는 나비로 보였어요. 절 위로해주셨던 하나님을 투영한 듯 했죠. 나비는 또 다른 곳으로 날아가 또 다른 이를 위로하겠지요. ‘치유’가 그런 나비 같은 도구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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