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조직보다 배달이 낫다, '퇴사'하는 젊은이들

이정희 2022. 8. 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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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KBS1 <시사기획 창> - 'MZ, 회사를 떠나다' 편

[이정희 기자]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격리가 풀리자 각종 업종들이 기지개를 켠다. 이제 다시 한번 코로나 이전의 활황을 누려볼까? 그런데 웬걸, 일할 사람이 없다. 일할 사람이 없어 기계를 놀리고, 영업시간을 줄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일을 해야 할 젊은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난 7월 25일 KBS <시사기획 창>은 최근 MZ 세대의 새로운 직업관과 구인난의 실태를 분석했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건 특정 업종의 문제가 아니다. 커다란 창으로 바깥 풍경이 보이는 안락해 보이는 사무실, 그런데 드문드문 빈자리가 있다. 온라인 광고를 제작하는 디지털 마케팅 업체는 업무 시간에 음악을 들어도 좋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몇 십 명의 인원을 충원하기가 어렵다. 

경기도 김포의 치과에서는 기숙사를 구해준다고 해도 일하려는 이의 문의가 한 건도 없다. 시급 12만 원을 주겠다는 햄버거 가게 역시 지원은커녕 다니던 직원 절반이 그만둬 사장은 울상이다. 유흥의 메카 강남이라고 다르지 않다. 손님을 벨을 연신 누르지만 서빙할 직원이 없다. 사장은 한쪽에서 지난 번 그만 둔 직원의 동정을 묻고 있다. 
 
 <시사기획 창 - mz, 회사를 떠나다>
ⓒ KBS
 

답답한 조직보다 배달이 낫다 

강남 유흥가에서 사장이 찾던 직원은 지금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플랫폼 사업'이 활성화되고, 그중에서도 '배달 앱' 등이 활성화되면서 다수의 MZ세대들이 이른바 국민 부업 '배달업'에 뛰어들었다. 탄탄한 회사의 물류 담당 직원이었던 전성배씨는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말렸다고 한다. 잠시 알바 삼아 시작한 일이지만 업무 지시도 없는 심플한 업무에 만족한다.  

MZ 세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Z세대를 아우르는 표현이다. 15세에서 40세까지 1700만 명 정도로 국내 인구 분포 상 34%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왜 이들의 '퇴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을까. 회사로 보면 대리·과장 급의 사람들인 이들은 우리 사회의 실무 인력을 담당하고 있는 세대다.  

그런데 이들 중 30~60%가 2년 미만의 퇴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직업적 변동성은 우리 사회 전반의 심각한 구인구직난으로 이어진다. MZ 세대에게 언제쯤 퇴사를 결심했냐고 물었다. 평균 10개월 즈음이라는 답이 나온다. '언제든 퇴사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는 답이 49.5%로 과반에 달한다. 매우 그렇다도 22%에 달했다.

MZ세대에게 퇴사는 '자유'이자, '해방'이요, '새로운 시작'이다. 불안이나 백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은 3%에 불과했다. 이들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대퇴사시대(the Great Regression)'라는 말이 유행한다. SNS를 중심으로 회자되는 '퇴사 영상'이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유행이다. 
 
 <시사기획 창 - mz, 회사를 떠나다>
ⓒ KBS
 

달라진 세대, 뒤처진 조직과 사회 

그런데 이런 젊은 세대들의 변화된 태도에 대해 사회적 인식은 엇갈린다. 회사 측 입장에서는 주 52시간 제도로 인해 젊은 세대들이 평생 아파트조차 사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며 제도적 한계를 지적한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그런 분석에 고개를 젓는다. 외려 쉬는 날에도 특근을 해야 하는 근무 환경에 화가 났다고 말한다. 회사는 자녀들 학자금에 장례부조를 자랑하지만, 결혼도 할까 말까한 젊은 세대에서 미래 자녀의 학자금은 공염불처럼 들린다. 존중과 존대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존댓말로 자신의 휴대폰 액정 닦이를 사오라고 하는 윗사람의 태도에 젊은 세대는 반발한다.  

19살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허태준씨는 퇴사를 했다. 잔업을 하고 돌아오면 오후 8시, 그저 씻고 자기만 하며 살아가는 일상이었다고 한다. 잔업이 없는 수요일만 기다리는 처지가 된 자신의 현실에 환멸을 느꼈다.

MZ세대의 일자리 선택 기준은 그 이전 세대와 다르다. 물론 여전히 선택 기준에 소득 기준이 1위임은 변함 없지만, 그 비율도 달라지고 있다. 그보다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라던가, 업무량, 출퇴근 거리가 중요하게 대두된다. 나를 발전시킬 수 있고,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게 MZ 세대의 직업적 선택에 중요한 화두다.  

다큐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퇴사를 선택한 젊은이들이 나온다. 타이어 회사에서 사보를 만들던 김유경씨는 '시키는 거나 하라'라는 상사의 지시에 퇴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은행을 다녔지만 군대보다 더 보수적인 분위기, 서로 뒷담화를 하는 조직 내 문화에 강이삭씨 역시 사표를 내던졌다. 홍석남씨의 경우 대기업에 다녔지만 10년· 20년 뒤 자기 발전이 없겠다는 생각에 그만두었다고 한다. 천지은 씨의 경우 MD라는 직책을 맡았지만 정작 결정권이 없는 현실에 좌절하게 되었다고 한다. 
 
 <시사기획 창 - mz, 회사를 떠나다>
ⓒ KBS
 
어른들은 말한다. "고생을 덜 해봐서 그렇다고." 창업을 한 강이삭씨는 인정한다. 하지만 회사가 원하는 루틴대로 살아가는 대신 자신이 원해서 선택한 삶이 주는 스트레스를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한다. 한계가 정해지지 않은 삶, 자신이 이루어 갈 수 있는 그 '무한대'의 가능성에 자신을 내맡기겠다는 것이다. 

다큐는 '구인난'의 원인을 MZ 세대들의 달라진 사고 방식과 달라진 직업관의 결과라고 분석한다. 이제 젊은이들은 퇴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월급이라는 마약에 취해 주저앉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을 우리 사회 제도 속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들이 추구하는 사고 방식에 맞춰 조직과 사회가 변해야 한다고 다큐는 결론내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거북이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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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5252-jh.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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