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시베리아횡단철도, 한반도, 매킨더

2022. 8. 1. 17:4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885년 4월15일 영국 해군 소속 3척의 전함이 거문도를 무단으로 점령한다.

러시아와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충돌이 일어난 지 불과 2주 뒤였다.

일본은 최대의 시파워 영국과 손잡고 전력을 극대화했지만 아직 시베리아 횡단철도조차 완성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미숙한 랜드파워는 역부족이었다.

매킨더는 시파워가 랜드파워를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두보 중 하나로 한반도를 지목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 한반도에 큰 영향 끼쳐
지정학의 비조 핼퍼드 매킨더, 시파워가 랜드파워 견제하기 위한 교두보로 한반도 지목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던 알렉산더 두긴, 美 파워 약화를 위해 우크라 동남부 침공 조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시파워에 대한 랜드파워(러시아)의 반격

1885년 4월15일 영국 해군 소속 3척의 전함이 거문도를 무단으로 점령한다. 러시아와 영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충돌이 일어난 지 불과 2주 뒤였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한 러시아 동양함대가 중앙아시아로 항행하는 걸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시파워 전개가 어렵자 러시아는 랜드파워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마침내 1891년 알렉산드르 3세가 시베리아 횡단철도 착공을 명한다. 이에 일본은 러시아의 공략 방향이 동아시아로 확정된 것으로 파악하고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인식한다.

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자 세계 최강의 영국은 최대의 숙적인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의 강국으로 떠오른 일본이 필요했고, 일본 역시 러시아와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영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양국은 1902년 1월 30일 영일동맹을 체결한다. 1904년 시작된 러일전쟁은 한반도와 만주를 둘러싼 러시아와 일본의 대결이었다. 일본은 최대의 시파워 영국과 손잡고 전력을 극대화했지만 아직 시베리아 횡단철도조차 완성하지 못했던 러시아의 미숙한 랜드파워는 역부족이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한반도를 강제로 병합한다. 일본에게 한반도는 대륙 진출의 핵심적 열쇠였다. 돌이켜 보면 러시아가 동아시아로 진출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건설한 사건이야말로 한반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건설은 지정학의 비조 핼퍼드 매킨더 (HalfordMackinder)가 1904년 논문 ‘역사의 지리적 중심’을 쓰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철도망으로 연결된 강력한 랜드파워가 등장하면 그 동안 누려왔던 시파워의 우위는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경고했다. 러시아와 오랜 기간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영국의 학자인 그는 러시아가 철도 건설로 강력한 랜드파워를 갖추게 될 경우 시파워에 의존하던 영국에게 가해질 위협을 직감했던 것이다. 매킨더는 시파워가 랜드파워를 견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두보 중 하나로 한반도를 지목했다.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명백히 한 것이다.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던 매킨더는 이차세계대전이 시작된 후 미국에서 큰 관심을 받는다. 1943년 7월 매킨더는 ‘포린어페어스’에 논문 ‘둥근 세계와 평화의 확보’를 발표했다. 매킨더는 만약 소련이 전쟁에서 독일을 이기면 지구상 가장 큰 랜드파워 국가가 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점유하는 핵심지역인 하트랜드(heartland)는 지구상 가장 큰 자연 요새이고 역사상 처음으로 숫자와 질에 있어서 충분한 군대가 주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킨더가이 논문을 발표할 당시에는 소련이 미국과 동맹관계였으므로 매킨더는 이 논문에서 소련에 대한 적대적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소련의 지정학적 잠재력을 강조함으로써 종전 후 미국의 전략가들에게 소련에 대한 봉쇄 전략의 정당성을 제공했다.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던 알렉산더 두긴(Alexander Dugin)은 1997년 저서 ‘지정학의 기초’에서 소련의 몰락은 세계 최대의 시파워 미국에게 최대의 랜드파워 소련이 패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파워을 약화시키고 러시아의 파워를 증가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제안한다. 두긴은 푸틴에게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침공하도록 촉구했다. 그에게 우크라이나 독립은 전체 유라시아에 엄청난 위협이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극은 랜드파워 러시아의 반격이라고 볼 수 있다. 지정학적 단층지대인 한반도도 여전히 불안하다.

김동기 '지정학의힘' 저자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