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5시, 대출 받으러 편의점 간다"..트랜스포머 은행이 뜬다
서울 송파구 마천동에 사는 성모(33)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새 통장을 만들고 보안카드도 재발급받았다. 그간 근무 시간에 짬을 내지 못해 처리하지 못했던 일이다. 편의점에서는 은행 업무 종료시간(현재 오후 3시 30분)이 지난 오후 6시까지 계좌 개설이나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 발급 같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성씨는 “상담사와 화상으로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고 겸사겸사 맥주나 와인, 간식거리도 구매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은행 영업점의 변신에 탄력이 붙었다. 타 은행끼리 한 점포를 쓰거나 우체국‧편의점 안에 영업점을 꾸린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편의점+은행’ 점포다. 지난해 10월 첫 금융 특화 편의점 출범 이후 5곳이 생겼다. 소비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 업무도 다양해졌다. 지난달 31일 문을 연 경북 경산시 GS25 영대청운로점에는 신한은행이 입점했다. 편의점 일부 공간을 화상상담창구인 디지털데스크, 스마트 키오스크와 의자‧탁자 등으로 꾸몄다. 디지털데스크에선 오후 8시까지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직원과 화상 상담으로 대출, 퇴직연금 같은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다.
이전 편의점에서는 처리할 수 없었던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 증권계좌 개설, 퇴직연금 가입도 할 수 있다. 스마트 키오스크에선 예금이나 입출금 같은 업무를 볼 수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 5월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CR비산자이점에 입점했다. 편의점 내 26.4㎡(약 8평)를 하나은행 스마트 셀프존으로 꾸몄다.
이곳에선 50여 가지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종합금융기기인 STM(Smart Teller Machine)과 입출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CD(Cash Dispenser)가 있다. 화상 상담이나 바이오 인증을 통한 계좌 개설, 통장 재발행, 체크카드 및 보안카드 발급 같은 업무를 오후 6시까지, 입출금 같은 단순한 업무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은행이 편의점 문을 두드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임대료 절감이다. 모바일 금융의 발달로 영업점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업무가 일상이 돼서다. 편의점에 입점하면 대개 33㎡ 이하인 사용 공간에 대해서만 사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영업점을 찾는 수요가 줄고 있는데 굳이 비싼 상가 임대료와 인건비를 들여 영업점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입출금이나 계좌 이체를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처리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 70.9% 수준이다. 2017년엔 45.4%에 불과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6326곳으로, 2015년(7281개)보다 955곳 줄었다.
그렇다고 영업점을 아예 없앨 수도 없다. 디지털에 취약한 노약자 등 수요도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4만3000여 곳(2020년 기준)이 넘는 편의점 점포는 은행 입장에선 매력적인 입지 등을 갖췄다.
편의점 입장에선 집객 효과가 있다. 은행 업무를 처리하려고 매장을 찾은 고객이 상품 구매를 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10월 하나은행이 입점한 서울 송파구 CU마천파크점의 지난달 일평균 방문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늘었다. BGF리테일 양재석 경영기획실장은 “금융과 유통의 융합 모델이 고객의 편의를 높이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금융 특화 편의점을 통해 고객은 금융 서비스와 편의점 이용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고 점포에서도 높은 접객 효과로 매출 증대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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