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입학 철회하라" 진보·보수 한목소리..'밀실 정책' 비판
교육부가 내놓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을 비롯한 단체들은 교육부가 사전 논의와 연구 없이 부적절한 정책을 내놨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학제 개편을 논의할 때가 됐다는 찬성 의견도 있지만 학부모 우려가 커 정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한국유아교육학회 등 36개 교육 관련 단체는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초등학교 취학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이날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등도 조기 입학 반대 의견서를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교총 등은 의견서에서 "지금도 개인 선택에 따라 조기 입학이 가능하지만 2021년 전국에서 단 537명만 조기 입학을 선택했을 정도로 선호가 낮다"며 "만3~5세를 위한 누리과정은 교실 크기와 형태, 화장실과 급식 운영 방식 등 모든 게 초등학교와 다르다"고 했다.
'2021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26개국(68.4%)의 초교 입학연령이 만 6세다. 만 5세 또는 그보다 어린 나이에 초등학교 교육이 시작되는 국가는 4개국(호주·아일랜드·뉴질랜드·영국)뿐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입학이 다른 국가들보다 특별히 늦은 것은 아니다.
국정과제에도 없었는데…"뜬금없다"
교육계에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은 교육부가 의견 수렴이나 사전 예고 없이 정책 발표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조기 입학은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과제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이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당시 영·유아 대상 공약에는 만 5세 담당 누리과정 유아교육과 보육 교사의 초등교육 연계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당초 방향은 '초등교육 조기 입학'이 아닌 '유아교육 강화'였던 것이다.
교육계는 중대 사안이 난데없이 발표된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는 입장문에서 "후보 시절에 조기 입학을 공약했다면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교조는 "학교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고 내놓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며 밀실에서 급조한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조기 입학 필요" 목소리도…학부모 부담 덜어야
일각에서는 고령화와 만혼, 늦어지는 취업 연령 등을 고려했을때 학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보다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과 늘어난 반수·재수생, 이에 따른 학부모 부담 등을 고려하면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려는 시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학제 개편은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일인데, 정부가 단편적으로 초등 입학 연령만 하향한다고 접근하면서 반발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입학 연령을 낮추기 위해 현재 학제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홍 교수는 "유치원에서 마지막 1년을 'K-학년제(유아 의무교육)'로 바꾸는 방안도 입학연령 하향과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기 입학에 대한 학부모 부담을 덜 방법도 필요하다. 홍 교수는 "외국보다 우리나라 초등 저학년 수업 시수가 적다"며 "학부모 부담을 덜기 위해 '담임 연임제'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초중등학교는 2~3년씩 담임을 유지하는 연임제를 시행하고 있다.
홍지유·장윤서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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