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가 푸틴 돈줄 살리나..유럽, 러시아 석유제재 확 풀기로
지난 5월 러시아가 석유를 바다로 수출하지 못하게 제재한다고 예고했던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두 달 만에 제재 수위를 대폭 낮췄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공행진하는 국제유가를 고려한 조처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름값 안정이 중요해진 미국의 입김도 작용했다.
FT에 따르면 EU는 지난 6월 4일부터 러시아 원유를 선적하는 유조선에 신규 해상 보험 발급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말 관련 제재를 대폭 완화했다. 유럽 기업이 로스네프트 등 러시아 국영 석유 기업의 석유를 선적하더라도 EU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향하면 해상 보험을 발급해 주기로 한 것이다. 해상보험 없이 선박으로 원유 등 화물을 운송하면 국제 해사법 위반이다. 보험 발급 중단이 러시아가 원유를 배로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인 이유다. 앞서 EU는 오는 12월 5일 이후 새롭게 계약한 유조선의 경우 해상 보험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했지만 이 조치 또한 없던 것이 될 전망이다. EU는 “세계적인 식량 및 에너지 안보에 잠재적인 부정적 요소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세계 해상 보험산업의 중심인 영국도 EU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제재를 풀었다. 지난달 영국 의회가 통과시킨 대러시아 원유 제재안을 보면 영국은 내년부터 시행할 해상 보험 발급 중단 대상을 러시아 석유를 영국으로 수입하는 선박으로 한정했다. 제3국으로 가는 선박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는 지난 5월 영국이 EU의 러시아 해상 보험 제재에 동참하겠다며 합의한 내용에서 대폭 완화된 것이다.
이에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받을 타격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법무법인 로리드 스미스의 리 핸슨 선임 변호사는 “법조인들은 영국이 좀 더 공격적인 제재를 가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EU의 수정 제재안은 크게 후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법무법인 HFW의 사라 헌트 선임 변호사도 “EU 수정안은 유럽 선박의 러시아산 석유 선적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U와 영국의 이번 결정엔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있다. 제재를 통해 러시아 석유가 시장에 풀리지 않을 경우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것을 염려한다. 미국의 의중도 반영됐다. F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지난 6월부터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게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재보다 유가 상한제를 시행하자고 압력을 가해왔다”고 전했다.
유가상한제는 주요 석유 소비국들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러시아 석유를 사들일 때 일정 가격 이상으로 구매하지 않기로 합의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정부는 이 제도를 이용하면 러시아 정부가 가져가는 이익을 제한하면서도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눈치보는 OPEC "러시아와 경쟁하지 않을 것"
이에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신임 사무총장은 러시아 달래기에 나섰다.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 인터뷰에서 “OPEC은 세계 에너지 지도에서 영향력이 큰 러시아와 경쟁하지 않는다”며 “생산량 합의를 위해선 러시아의 OPEC+ 회원자격 유지가 필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증산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블룸버그 통신은 “고유가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전쟁 비용을 충당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선 증산을 생각하지 않고 서방의 고통을 즐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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