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저자 로널드 사이더 별세

신상목 2022. 8. 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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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독교 고전 중 하나인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 저자 로널드 사이더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사이더는 ‘사회 참여를 위한 복음주의 운동’(Evangelicals for Social Action) 회장을 지냈다.

사이더는 지난 50년간 복음주의자들에게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빈곤을 도덕적 문제로 보도록 촉구했다. 죄의 개념에 불평등과 불의를 만드는 사회 구조를 포함하도록 주장하면서 기독교인들에게 구원이 이웃을 돌보는 데까지 확장하도록 촉구했다.

사이더는 1970년대 미국 복음주의자들이 전쟁과 인종차별, 불평등에 대한 이슈를 외면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구원에 대한 개념을 확장했다. 그는 “구원이란 죄의 용서를 통한 하나님과의 새롭고 올바른 관계 그 이상이다. 신자들의 몸에서 볼 수 있는 새롭고 변화된 삶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구체화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가난한 시대를 사는 부유한 그리스도인’(1977)이었다. 사이더는 책에서 세계 도처의 굶주림과 기아의 비극적인 현실을 알리고,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특별한 관심과 성경의 가르침을 설명했다. 또 빈곤을 야기시키는 원인들을 규명하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했다.

책은 당시 젊은 기독교인 세대에게 영감을 주면서 9개 언어로 40만부가 팔렸다.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의 대표적 잡지인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는 이 책을 “J I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현대인의 성경’(The Living Bible)에 이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저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사이더는 이 외에도 ‘그리스도인의 양심 선언’ ‘물 한 모금, 생명의 떡’ ‘이것이 진정한 기독교다’ 등 20여권의 책을 저술하고 1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사이더는 정치적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해 7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을 위한 선거운동을 펼쳤으며 ‘맥거번을 위한 복음주의자(Evangelicals for McGovern)’라는 단체를 설립해 지지를 모으기도 했다.

1일 CT는 역사가 데이비드 스와츠를 인용, ‘맥거번을 위한 복음주의자’는 1945년 이후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최초의 복음주의 단체였다고 보도했다. 당시엔 ‘모럴 머저러티’(Moral Majority)나 ‘크리스천 코울리션’(Christian Coalition) 등과 같은 우파 기독교 단체가 조직되기 이전이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 같은 유명 기독교 지도자들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사이더를 비롯한 톰 스키너, 짐 월리스, 리처드 마우 등은 예수님을 사랑하고 죄를 미워하는 기독교인들은 베트남 전쟁이나 빈곤을 가중시키는 경제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적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고 믿었다.

사이더는 73년 40여명의 복음주의자들을 조직해 ‘복음주의적 사회적 관심’(Evangelical Social Concern)이란 선언문을 작성했다. 선언문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리는 시민권에 대한 기독교인의 책임을 인정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경제·군사력에 대한 국가의 잘못된 믿음, 즉 국내외 이웃을 희생시키면서 전쟁과 폭력의 국가적 병리를 조장하는 자랑스러운 신뢰에 도전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가와 그 제도를 종교적 충성의 대상으로 만들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합니다.”
이 선언은 이듬해인 74년 국제 로잔대회에서 복음 전도와 사회 참여는 동등한 그리스도인의 의무임을 분명히 하는 데 기여했다.

캐나다 출신인 사이더는 1939년 목회자이자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거룩함에 대한 관심과 헌신을 결합한 재세례파와 웨슬리 전통인 그리스도 교회 ​​형제회 소속으로 평화를 추구하면서 산상수훈(마 5~7)을 문자적으로 순종하려고 애썼다. 그는 기독교 신앙은 단순히 지적인 동의나 감정이 아니라 인간의 삶 전체를 형성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루터대에서 기독교 변증가인 존 워릭 몽고메리에게 역사를 공부한 이후 미국 예일대에서 역사가 야로슬라프 펠리칸과 함께 종교개혁을 공부했다(BD, PhD). 그는 루터의 동료 교수였던 칼슈타트에 대한 논문을 썼다.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거주 지역으로 이사해 68년 마틴 루터킹 목사가 암살되었을 때 이웃과 함께 애도하고 시민권을 위한 지역 투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졸업 후 이스턴대학과 팔머신학교에서 기독교윤리학을 가르치면서 인종차별과 전쟁, 빈곤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다. 75년부터 미국 필라델피아 빈민가에 살면서 청빈한 생활을 실천해왔다.

2005년 ‘기독교 사회복지엑스포’ 행사의 국제 심포지엄 기조 강연자로 초청돼 방한했던 사이더는 한국교회를 향해 “말씀을 행동에 옮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국제월드비전 명예회장인 리치 스턴스는 사이더의 별세 소식에 “위대한 기독교인의 영혼이자 열정적인 정의의 전사”라고 평했고, 소저너스 아담 러셀 테일러 회장은 “오랜 친구이자 동맹자다. 평화와 정의의 지칠 줄 모르는 지지자”라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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