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상생 논란 해결할 ESG 경영 전문가

노승욱 2022. 8. 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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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LOUNGE]

카카오 사령탑이 남궁훈, 홍은택 각자대표(59)의 투톱 체제로 전환됐다. 남궁 대표가 지난 3월 취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의 제반 사업을, 홍 대표는 사회적 책임 부문을 맡는다.

카카오는 지난 7월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시장 시선은 홍은택 신임 대표에게 쏠린다. 홍 대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두루 거친, 자칭 ‘IT 업계 노장’이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 기자와 워싱턴 특파원을 거쳐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판 편집국장으로 있던 시절, 2006년 NHN(현 네이버)의 최휘영 대표 제안으로 합류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홍 대표는 선임 직후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 그때의 기억을 이렇게 회고했다.

“원래 신문쟁이, 글쟁이여서 IT 서비스는 무지렁이였다. 2006년 최휘영 NHN 대표가 몇 번을 찾아와서 같이 일하자길래, 못 이긴 척 새로운 세계에 발 디딘 지 16년이 흘렀다. 그때 네이버는 다음을 누르고 인터넷 업계를 평정했는데 임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었다. 나는 44세였는데 졸지에 노장 또는 좋은 말로 원로 대접을 받았다. 혈기 방장한 회사를 안정시키려면 나이 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영입 배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홍 대표가 완곡하게 표현했지만, 그의 영입 배경은 한마디로 ‘ESG 경영의 적임자’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그의 삶의 궤적을 보면 ESG 경영과 줄곧 맥이 닿아 있다. 그는 NHN에서 CEO 지원실장을 거쳐 카카오로 옮기기 전까지 에코시스템TF장을 오랜 기간 맡았다.

1963년생/ 서울대 동양사학과/ 미주리대 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1989년 동아일보 기자/ 2005년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판 편집국장/ 2006년 NHN CEO 지원실장, NHN 에코시스템TF장/ 2012년 NHN NEXT 교수/ 2017년 카카오메이커스 대표/ 2018년 카카오커머스 대표/ 2022년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 공동센터장, 카카오 각자대표(현)

▶홍은택 대표 선임 배경은

▷상생 논란에 ESG 경영 강화 카드

2012년에는 카카오 콘텐츠 서비스 부사장으로 합류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메이커스를 출범시켰다. 당시는 ‘온라인 콘텐츠=무료’라는 인식이 팽배하던 시절. 카카오페이지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에 대한 제값을 받게 하겠다’며 야심 차게 유료화 모델을 채택한 사업이었는데, 이를 안착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리틀 비트와 함께한 여섯 번의 여름(2003년)’ ‘블루 아메리카를 찾아서(2005년)’ ‘헝그리 플래닛(2008년)’ ‘나를 부르는 숲(2018년)’ 등 그가 저술했거나 번역한 책도 대부분 ESG를 주제로 했다.

올 초부터는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센터장과 카카오 사내이사를 맡아 카카오 공동체 ESG 경영을 총괄했다.

이런 커리어의 그가 카카오 각자대표로 합류하는 의미는 분명하다. 사회적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김범수 창업자의 의중이 읽힌다. 문어발 계열사, 골목상권 침해, 스톡옵션 먹튀 등 각종 논란으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뭇매를 맞은 카카오가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도 보인다.

카카오는 홍 대표 선임 관련 “지난 4월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총 3000억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소상공인, 창작자, 플랫폼 종사자 등 카카오 파트너들과 지속 가능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소신상인’ 프로젝트, 농수산물 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제가버치’ 프로젝트 등 상생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런 지속 가능 성장 프로젝트와 ESG 경영 노력이 홍은택 각자대표 선임을 계기로 카카오 플랫폼과의 연계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간 카카오가 고수했던 ‘공동대표’ 체제 대신, 처음으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공동대표는 두 최고경영자가 모든 의사 결정을 함께 내리는 ‘합의제’ 방식인 반면, 각자대표는 말 그대로 각자 맡은 업무만 책임지는 ‘분업’ 방식이다. 카카오에서 홍은택 신임 대표의 역할과 책임을 시장에 더욱 선명하게 전한 셈이다.

▶김범수 신임 두터운 ‘김핵관’

▷기술윤리위 첫 설치로 존재감 과시

홍 대표는 선임 일주일 만에 첫 작품을 선보였다. 지난 7월 25일 카카오는 국내 기업 최초로 ‘기술윤리 위원회(Tech for good committee)’를 신설하기로 한 것. 여기에 임직원 반발이 거센 카카오T 매각 진행도 잠정 보류키로 했다. 홍은택 각자대표는 “기술윤리 위원회는 IT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기여하기 위한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조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카카오 공동체가 함께 안전하고 건강한 기술 윤리를 구축해나갈 수 있도록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 앞에 주어진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상생기금 집행 외에도 100개가 넘는 계열사 축소,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내홍 수습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업계 일각에서는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중에서도 ‘G’가 홍 대표에게 가장 어려운 숙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카오 지배구조 개선될까

▷케이큐브 역할 재정립이 관건

카카오 지배구조는 일각에서 ‘중소기업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1인 지배 체제가 공고하다.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김범수 창업자가 사실상 25%가량의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인 2대 주주와 3대 주주는 국민연금, 텐센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액주주여서 기업 내에서는 김범수 창업자를 견제할 만한 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25% 지분 중 절반은 김 창업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 ‘케이큐브홀딩스(지분율 10.55%)’가 갖고 있다. 사실상 카카오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에는 지난해까지 김범수 창업자의 부인인 형미선 이사를 비롯해 두 자녀가 재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가 재벌 기업들처럼 경영권 세습을 위해 사전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배경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논란에 사과드리며 가족 회사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뚜렷한 개선책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 대표가 과연 기업의 오너이자 ‘주군’인 김범수 창업자의 지배구조 쏠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한편 홍 대표는 카카오 각자대표로 선임된 것이 다소 얼떨떨하다는 반응이다.

“(이틀 전 카카오 이사회에서 각자대표로 선임된 뒤) 전교생 조회할 때 뒷줄에 서 있는데 갑작스러운 호명에 앞으로 불려 나가는 느낌이다. 한 번도 대표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해본 적이 없다. 무엇이 되는 것보다 무엇을 하는 게 더 중요한 캐릭터다. … 앞으로도 고객의 마음을 잘 읽고 창의적이고 유연한 남궁훈 대표가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카카오 공동체가 이 사회에서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한다. 그것이 ESG 경영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그의 선임 소감이다.

[노승욱 기자 / 일러스트 : 김연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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